‘누군 먹고살기 힘들어 난린데’..돈자랑에 맛들린 예능, 이대로 괜찮나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예능에서 ‘돈 자랑’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출연자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수익 자랑, 부동산 자랑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살기 힘들어진 소시민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리치 언니’라는 별명까지 가진 박세리가 등장하는 예능에는 여지없이 ‘플렉스(FLEX·부나 귀중품을 과시한다는 의미의 힙합용어)’가 소재로 활용된다. 지난 12일 방송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세리는 매니저들과 남산 데이트를 나섰다가 특급호텔 뷔페에 들러 자신만의 공략법을 자랑했다. 지난 해 KBS2 ‘옥탑방 문제아들’에 출연해서는 “회식비는 그냥 계산한다. 계산 후에 한 번도 영수증을 확인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어머니께는 5캐럿 다이아몬드반지를, 아버지께는 그에 상응하는 시계를 선물했다”고 밝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지난 달 말 ‘전참시’에 출연해서는 임신한 홍현희에게 250만원이 넘는 유모차를 선물해 홍현희를 감동시키기도 하며 ‘그들이 사는 세상’을 자랑했다.

지난 13일 방송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쯔양의 먹방보다 수익이 더 화제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 김병현은 500만 먹방 여신 쯔양과 합동 방송을 했고 그에게 “10억 뷰면 수익이 얼마 정도 되나요?”라 물었다. 이제 쯔양은 귓속말로 조회수 당 약4~5원 정도라 답했고 깜짝 놀라 수입을 계산하던 김병현은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네”라며 개인 방송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iHQ ‘은밀한 뉴스룸’은 지난 달 26일 방송에서 MBN 드라마 ‘스폰서’에 등장하는 한채영의 사연을 공개하며 결혼 당시 무려 5억 원의 다이아몬드와 2억 원 상당의 외제차를 선물받은 사실을 회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예능이 ‘돈자랑’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 예능이나 육아 콘셉트 예능에서도 심심치않게 ‘돈자랑’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내돈내산'(내돈으로 내가 산)이라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자랑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유튜버로 명품 플렉스를 펼쳤던 송지아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출연하면서까지 인기를 얻었지만 ‘가품 논란’을 겪으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힙합가수 도끼는 각종 방송에 출연해 7성급 호텔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자랑하며 부러움을 샀지만 보석대금 미납 논란으로 소송을 겪으며 ‘플렉스’ 이미지에 치명타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코로나 시대에 소상공인들은 매일 폐업 위기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잠시나마 위로해줘야할 예능이 더 속을 태우게 하니 문제라는 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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