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바지 벗기려 해 밀쳤는데..”신고당했으니 학폭 가해자”

[앵커]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입니다. 도입된 지 8년이 넘었는데, 학폭위에 반성문을 냈단 이유로 낮은 처분을 받고, 또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단 이유로 오히려 가해 학생이 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고등학생 이모 군은 지난해 말 같은 학교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가해 학생 : 아 이 XXXX야…XX 공부 열심히 해라, XXX야.]

이유없이 얼굴과 배 등을 십여 차례 맞기도 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 학생에게 내린 처분은 교내봉사 6시간이었습니다.

괴롭힘에 비해 처벌이 낮다고 생각한 이군의 부모는 학폭위 회의록을 확인하고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반성문과 사과 편지를 써서 반성과 화해의 태도를 고려했다고 돼 있던 겁니다.

[이모 군 어머니 : 저는 편지를 구경한 적도 없고요. 구두로도 사과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들끼리 요식행위 한 걸 그들끼리 반성했다고 하고 그들끼리 화해를 했다고 하고…]

초등학생 3학년 A군은 바지를 벗기려던 친구를 밀쳐냈다가 학폭위에 섰습니다.

피해 사실이 밝혀질 걸로 기대했지만, 결국 A군만 가해자가 됐습니다.

상대 학생만 신고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학폭위를 다시 열어 달라는 요청도 거절 당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통화 녹취 : 한 번 심의했던 내용에 대해서 또 다른 새로운 사안이 발생한다거나, 또 2차 피해를 당한다거나 이러면 할 수 있지만, 학폭위를 다시 할 수는 없어요.]

처음 들어보는 설명이었습니다.

[A군 어머니 : 학폭이라는 법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절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고…]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중단됐던 2020년을 빼곤 최근 해마다 학폭위 심의 건수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형식만 따진다는 지적과 함께 공정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승혜/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대표 : 너무 많은 사례를 단시간에 처리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똑같이 각 사안마다 특성이나 피해자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심의 의결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요.]

2020년부터는 재심 제도가 없어지면서 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등 문제 제기를 위한 문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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