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7% "성폭력 직접 당해봤다" 절반은 "저항못해"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경찰청 조직내 최근 3년간 성폭력·추행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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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명 중 1명은 조직 내에서 이뤄진 성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경험한 사람의 절반은 ‘저항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성폭력 전담 부서나 관련 제도에 대한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청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1 경찰청 조직 내 성폭력(성추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조직 내에서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2%로 집계됐다. 여경의 경우 성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2.3%였다.

성추행을 목격했어도 10명 중 3명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추행을 목격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7.3%, 피해자를 위로하는데 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다.

이번 조사는 경찰청이 지난해 11월10일부터 6일간 △조직문화 △성추행 피해 경험 △성추행 목격 경험 △전담부서 제도·인지도 등 4개 분야와 관련, 외부기관에 의뢰해 모바일로 진행했다. 전체 인력 약 13만명 중 1만6847명(12.1%)이 참여했다.

최근 3년간 조직 내에서 직접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은 1.6%로 집계됐다. 남성은 0.4%, 여성은 7%가 ‘그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신체접촉 44.7%,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만지도록 강요 16%, 폭력행위 3.3% 순이었다.

가해자는 상급자인 경우가 78.4%로 가장 많았다. 발생 장소는 사무실 59.5%, 회식장소 36%, 순찰차 18.8% 순이었다. 특히 회식장소에서 성폭력에 노출된 비율이 여성(39.9%)이 남성(23.1%)보다 높았다.

경찰 조직 내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양성 평등과 성폭력 심각성에 대한 인식 격차도 드러났다. 소속 관서에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 4.3%였는데 남성은 2.7%, 여성은 12.1%로 나타났다.

조직문화의 성평등 수준을 평가한 점수 평균은 2.9점으로 남성 평균은 3점, 여성 평균은 2.5점이었다. 1점에 가까울수록 성차별적으로 인식, 4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하다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근무 경험 5년 미만의 젊은 여성일수록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며성평등 수준 점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성별에 따라 인식에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목해 그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직 내에 성희롱·성폭력 전담 부서나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 수준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부서·제도를 잘 알거나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2%였다. 성폭력 피해신고를 한 이후 조치에 대한 만족도는 4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경찰청은 조직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2019년부터 시작해 매년 해오고 있다. 성폭력 중에서도 성희롱·성추행 등 주제를 바꿔 격년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2020년에는 성희롱, 지난해에는 성추행에 중점으로 두고 조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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