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여성국 통폐합·할당제 폐지..시험대 오른 이준석 ‘공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현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개혁에 속도를 높이면서 그의 ‘공정’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능력을 기준으로 당을 운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사회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 기존 정치권이 쌓아왔던 제도적 보완책들을 없애나가는 측면이 있다. 과연 이 대표가 기존에 만들어진 완충 장치 없이도 정치 분야에서 성평등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중앙 사무처에 있는 여성·청년·직능국 3개 부서를 통폐합해 ‘미래국’을 신설했다.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이뤄졌다. 당은 ‘조직 개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지방선거 준비 등으로 당 조직이 인력난을 겪고 있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부처를 통폐합한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도 “오히려 여성국 국장(부국장급)을 미래국장으로 임명해서 여성국 지위를 격상 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 24일 그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당 차원의 여성·청년 등 할당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젊은 세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할당보다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 국정 과제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원칙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도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내부와 상의를 하지 않고 이뤄진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공정 원칙’은 성별에 따른 인위적인 구분을 거부하고 모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같은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누적된 성별과 나이 등에 따른 차별을 배제한 ‘기계적 평등’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 받아 왔던 집단이 우월한 집단과 같은 지위에 접근할 조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우월 조치를 받아야 그들의 경쟁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결과의 평등’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허민숙 여성학자는 “할당제라는 것을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실력도 없는데 다 무임승차한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부족하지 않지만 실제론 30%도 공천이 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양성 평등을 이루겠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말하는 능력주의는 진짜 능력주의가 아니다”라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면서 자기 지지 세력을 끌어모으는 방식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국제의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1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세계 순위 중 121위인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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