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의 로슈도 쓴잔…대웅·신풍 경구용 코로나치료제 앞날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 로슈가 경구용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임상 2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효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서다. 대웅제약과 신풍제약 등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진행중인 국내 제약업계도 이 결과에 주목했다. 일단 잠재적 경쟁 약품의 시장 진입이 늦춰진 만큼 긍정적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신종플루를 잡은 '타미플루' 판권을 가진 로슈마저 개발이 녹록지 않을 만큼 경구용 치료제 임상은 가시밭길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게다가 이미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가 의료현장 적용을 눈앞에 둔 상황. 의료계에서는 국내 개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로슈도 '쓴 잔'…국내 경구용 치료제 '파란불'?

로슈와 함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AT-527'를 개발중인 '아테아 파마슈티컬스'는 19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MOONSONG'으로 명명된 해당 물질의 임상 2상이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양 감소에 대한 '1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 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당 임상에서는 입원하지 않은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5일 동안 AT-527 또는 위약을 2회 투여했다. 투여 7일째 환자 몸에서 바이러스 수치를 줄이는 것이 1차 평가변수였지만 AT-527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T-527 550mg 및 1100mg을 투여한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에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했지만 이는 이 임상의 1차 평가변수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아테아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의 설계를 변경해 개발 재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테아측은 "(이같은)임상 2상 중간결과에 근거해 로슈와 함께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 등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임상 3상 데이터는 내년 하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중인 국내 업계도 로슈와 아테아의 임상 결과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었지만, 재택치료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화두가 된 현 시점에 경구용 치료제 개발 성공 여부가 관건인 상태.

특히 대웅제약은 이달 중 임상 2b상 종합 결과를 공개할 예정인데, 해당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임상 3상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 막바지 자료 취합 중"이라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로슈와 아테아가 임상 2상에 사실상 실패한 것과 관련,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된 경구용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해외에서 개발중인 모든 치료제가 경쟁 대상"이라며 "로슈 치료제의 시장화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만큼, 국내 개발 여지는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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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슈와 아테아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핵심 지표인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의 체내 바이러스 수치 감소를 달성하지 못해서인데, 이는 국내 경구용 치료제 임상 2상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나온 문제이기도 했다.

대웅제약 치료제는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주 평가지표인 '임상적 증상이 개선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달성하지 못했고 신풍제약 치료제 역시 주평가지표인 'RT-PCR 진단키트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 전환 환자비율(음전율)' 관련,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 중 자연치유되는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에 효과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 결국 경증 환자 중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추리는 등, 임상 대상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 개발의 높은 벽이 이번 로슈 사례로 재확인됐다는 지적이다.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눈앞에 뒀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로나19 외래 환자(경증~중등증) 1550명 중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몰누피라비르는 입원과 사망률을 약 50% 떨어뜨린 결과를 얻었다. '획기적 결과'라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높은 가격이 약점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머크가 인도에서의 저가 생산을 통해 개발도상국 등에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 한다는 전략을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로슈의 개발 지연으로 오히려 머크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장악 속도만 빨라질 뿐, 후발 주자의 설 자리가 넓어질 여지가 적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게다가 국내에서 개발중인 대부분의 경구용 치료제는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재허가 받는 '약물재창출 방식'이어서 효과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더 지켜봐야 겠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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