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의 가파른 오름세가 일단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10월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사적으로 경험했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골이 깊어질 때 굉장히 큰 문제 생긴다.”(8월 19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7월21일 홍남기 부총리)

“무리하게 주택 구입하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7월11일 노형욱 장관)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헤럴드경제DB]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헤럴드경제DB]

집값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장관이 최근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이다. 정부가 수시로 펼치는 ‘집값 고점론’이다. 시장에선 이를 ‘공포 마케팅’이라고 폄훼한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하도록 정부가 ‘뻥카(카드 게임을 할 때 패가 좋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겁주려고 베팅을 크게 하는 행위)’를 날리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정부의 집값 고점론이 내부에서 먼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 추진하는 정책이나 내년 세입예산 추계치를 뽑는데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하는 게 속속 드러난다. 말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면서 실제론 집값이 오를 것에 대비는 게 곳곳에서 눈에 띈다.

먼저 내년 세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제시한 전망치보다 29.6% 증가한 6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양도세 세수는 올해보다 11.9% 감소한 22조4000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줄지만 매수세는 꾸준해 집값 자체는 오를 것으로 세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당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 민간 사업자를 공모하면서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했는데, 공모시점 감정가에 매년 1.5% 상승률을 적용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상승률 상한을 정한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건설사가 손실의 대부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진이 불가능하다.

최근 한국은행 국감에서 공개된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집값 판단도 고점론과 거리가 멀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CSI)가 작년 6월 이후 16개월 째 100을 상회하는 등 주택가격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이는 재건축 기대감, 수도권광역교통망 건설,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갭투자 확대 가능성 등으로 매매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공급측면에서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양도세 부담이 늘면서 매물 잠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집값이 오르는 원인에 대해 매매수요 증가와 공급부족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라면 ‘가계 대출 규제’ 등 수요를 누르는 정책으론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내내 집값 고점론을 통해 주택 수요자들이 집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4년 반 동안 결과는 이미 목격했다. 언제까지 오답만 찾을 것인가.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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