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반듯한 헌신, 두 딸 ‘테니스 여제’ 만들었다

영화 ‘킹 리차드’에서 리차드 윌리엄스(왼쪽 세 번째)와 오라신(첫 번째) 부부가 비너스(네 번째)와 세레나(다섯 번째) 등 딸들과 함께 테니스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 30회, 올림픽 금메달 6개는 흑인 자매가 테니스 종목에서 이루기엔 불가능한 성과였다.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가 역사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테니스는 부유한 백인의 스포츠였고, 윌리엄스 자매는 흑인이 모여 사는 빈민가인 캘리포니아주 컴튼 출신이었다. 자매가 태어난 1990년대에 인종차별은 여전히 심했다.

리차드는 재능 있는 두 딸에 대한 브로셔를 만들어 코치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제 고향 루이지애나 주에서 테니스는 꿈도 못 꿨고 KKK단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죠.” 흑인으로서 무시당하며 살아온 리차드에겐 계획이 있었다. 두 딸이 태어나기 2년 전부터 그는 78장의 챔피언 육성안을 짰다. 10여년 후 리차드는 ‘살아있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리차드와 아내 오라신은 두 딸을 올바르게 키워내며 자신들을 비웃는 세상에 한 방 먹였다. 딸들의 테니스 실력을 한 번 봐달라는 리차드의 말에 “농구를 시키지 그러냐”고 비꼬던 사람들은 자매의 실력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운동선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게 했다.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엄하게 가르쳤다. 때로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다가 딸들의 원망을 들었다.

영화의 제작자이면서 주인공 리차드를 연기한 배우 윌 스미스는 헌신적이면서도 고집스럽고, 동시에 유머러스한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해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윌 스미스는 실제 선수들의 아버지를 연구해 남부 억양 등 말투와 행동, 꼭 끼는 반바지와 긴 양말 같은 ‘테니스룩’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리차드가 딸들을 훈련하고 그 과정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영화 속 장면들도 실제를 재현한 것이다. 훌륭한 엄마이자 리차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오라신 역의 언자누 앨리스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 오라신의 음성 녹음을 끊임없이 들었다.

실제 경기를 연상시키는 비너스와 세레나 자매의 스포츠 경기 장면들은 스포츠 영화 특유의 재미를 더한다. 비너스 역을 맡은 배우 사니야 시드니와 세레나를 연기한 데미 싱글턴은 테니스 경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엄격한 훈련을 받았다.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는 이들에게 백핸드를 할 때 손목을 어떻게 꺾는지 포핸드에서 어떻게 팔을 뻗는지 등 구체적인 방법을 직접 알려줬다.

‘킹 리차드’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비욘세가 부른 ‘비 얼라이브’는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제57회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선 관객상을 받았다. 윌 스미스는 연기 인생 최초로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SAG)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 관객 지수는 98%다. 러닝타임은 144분, 개봉은 24일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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