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석유와 가스가 포함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했으나 의견의 일치를 하지 못하는 등 분열된 모습을 다시 보였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을 줄이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회의를 가졌지만 증산 요구가 거부됐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EU 외무장관들이 회의를 갖고 대러시아 6차 제재 문제를 논의했으나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석유와 가스 구매 중단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5억유로(약 6725억원) 상당의 무기 추가 지원 확대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 8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5차 제재에 합의함으로써 에너지 제재에 들어갈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듯 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석유 및 가스 수입 금지를 놓고 회원국간 시각차이를 보였다.
AFP는 이날 참석한 장관들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 금지를 지지하면서도 EU의 지위와 결속 유지를 강조하는데 더 치중했다고 분석,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라이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러시아에 대한 ‘순차적 제재’를 단행할 결의가 돼있다면서도 가장 큰 제재가 될 수 있는 석유와 가스 수입 금지 문제는 언급을 피했다.
AFP는 EU의 대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 결정의 걸림돌로 최근 네번째 임기 연임에 성공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반대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래드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일부 EU 국가들에게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은 쉽지는 않은 결정이라고 시인했다. 그렇지만 EU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함으로써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생길 수 있는 거대한 도전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24일 이후에만 러시아가 EU에 석유와 가스, 석탄 판매로 350억유로(약 47조원)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제재 확대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EU가 결의를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합의된 공동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체코와 리투아니아는 제재를 강하게 요구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부차에 직접 가보면 왜 제재가 필요한지를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EU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에 5억유로 상당의 무기를 추가로 제공하는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EU는 OPEC와 석유 증산 문제를 논의했으나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양측 대표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으나 OPEC 측은 증산을 할 수 없다고 EU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체할 원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OPEC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는 더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대체할 수 있는 공급량을 제공할 수 없다고 EU측에 전달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현재와 앞으로 예상되는 제재 등으로 인해 앞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량이 하루 700만배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의 수요 전망을 볼 때 그만한 분량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시장 불안은 OPEC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 때문이라며 증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