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도 짐쌌다”..코로나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들다

코로나19 때문에 운동장에서 열린 보험설계사 시험.[사진 제공 = 연합뉴스]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은행권에서 은행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가운데 이런 맥락으로 보험권에서도 보험설계사들의 입지가 작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영업이 어려워진 데다 경제적 사정으로 저렴한 다이렉트 보험(인터넷 보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17일 금융감독원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외 생명보험회사 등록 보험설계사는 지난 2020년 3월말 11만354명에서 지난해 9월말 8만6021명으로 1년6개월 만에 2만4333명이 감소했다. 이 기간 손해보험회사 등록 보험설계사는 15만8232명에서 10만5401명으로 5만명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손보에서 등록 보험설계사가 8만명 가량 감소한 것이다.

이런 결과의 배경으로 보험업계에서는 대면영업이 어려워진 코로나19 환경과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미니보험이나 다이렉트 보험을 선호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정보원이 개발한 ‘보험영업 활동지수’ 지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영업 위축이 지표로도 드러난다. 보험영업 활동지수 지표의 기준점은 100으로, 예컨대 100을 넘어서면 이전 1년 대비 보험영업 활동이 활발했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 기간인 2019년 3월과 2020년 3월의 대면채널의 보험영업 활동지수는 각각 145, 135로 기준점 100을 웃돌며 활동성이 높았다. 그러나 2020년 4월에는 87로 감소해 다소 낮은 영업 활동성을 나타냈다.

반면, 다이렉트 등 인터넷 채널은 보험영업 활동지수가 상승해 코로나19 속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해당 채널의 보험영업 활동지수는 2019년 평균 123포인트를, 2020년에는 평균 132포인트를 나타냈다.

[자료 제공 = 신용정보원]
보험 가입 등 금융서비스 이용에 대면보다는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법인보험대리점 리치앤코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수도권 거주 20~30대 남녀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지난해 8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MZ세대 2명 중 1명(약 51%)이 ‘금융 서비스의 90% 이상을 언택트 방식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보험’을 주로 언택트 방식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언택트 방식으로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보험 서비스(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보험금 청구(63%)가 가장 많아 1위를 차지했고, 2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40%), 3위 미니보험 가입(37%) 순으로 꼽혔다. ‘언택트 방식으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없다’는 답변은 16%에 그쳤다.

불황에 가격이 저렴한 미니보험 시장이 열린 점도 보험설계사의 대면채널 영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이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 인기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미니 암보험은 암을 기본 보장하며 특히 기존에 소액암으로 분류됐던 전립선암과 유방암, 자궁암 등도 주요 암과 같은 금액으로 보장한다. 30세 남성이 주보험 가입금액을 500만원으로 할 경우 연간 보험료는 7255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605원꼴이며, 보장금액은 최대 500만원이다. 하나생명의 ‘(무)손안에 골라담는 암보험’은 출시 6개월 만에 2만1378건이 가입됐다. 이 상품 역시 미니보험으로 원하는 보장만 골라서 가입하는 조립형 구조로, 게다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상품이다. 30세 남성이 20년 만기 전기납으로 위암, 폐암, 간암을 선택했을 때 1년에 8170원의 비용으로 암 진담금 10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 대비 보험료가 10% 이상 저렴한 다이렉트 채널 가입 비중이 꾸준히 늘며 이제는 10건 중 4건 가량은 다이렉트 채널에서 계약이 발생하며 보험설계사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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