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IT·전산 강점” 우리 “104년 노하우”..서울시금고 리턴매치

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국내 5대 은행이 올해 48조원의 서울특별시 예산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다음달 ‘빅매치’를 벌인다. 4년 전 1금고 은행을 가져 온 신한은행과 104년 만에 빼앗긴 우리은행의 리턴매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1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5일부터 11일까지 1금고 지정 제안서를 접수하고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후 다음달 안에 금고 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제안서 접수에 앞서 지난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신한 우리 KB국민 하나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서울시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서울시 예산과 기금 등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을 총괄한다. 서울시가 올해 다루는 자금은 총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44조2000억원, 기금 3조5000억원으로 모두 47조7000억원에 이른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시금고 은행이 되면 서울시 세정 파트너로서 대외 신인도와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저원가성 수신과 우량 대출 등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어 입찰 때마자 사활을 건 전쟁이 벌어진다.

서울시 금고는 1915년부터 2018년까지 104년간 우리은행이 독점했으나 2018년 복수금고로 개편되면서 신한은행이 1금고(일반 및 특별회계) 은행 자리를 꿰찼다. 2금고(기금)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올해 주요 선정기준과 배점은 △은행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서울시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시민의 이용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서울시와 협력사업(7점) △녹색금융 이행실적(2점) 등이다.

과도한 유치 경쟁 논란에 올해 ‘서울시와 협력사업'(출연금 관련) 배점은 4점에서 2점으로 줄었고 대신 ‘서울시 대출 및 예금금리’ 배점이 18점에서 20점으로 2점 높아졌다. ‘시민의 이용편의성’ 항목에선 관내 지점 수에 더해 무인점포 수, ATM 설치 대수가 새 평가 지표에 포함됐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접근성 지표를 반영한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책임과 EGS(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녹색금융 이행실적’도 신설됐다. 은행 기관영업 담당 관계자는 “출연금 배점이 줄어 대출·예금금리 제시 수준과 금고 업무 관리 능력이 결국 성패를 가를 것 같다”고 했다.

수성 입장인 신한은행은 서울시 1금고 은행으로서 새로 구축한 안정적인 IT(정보통신) 시스템과 4년간 쌓은 전산시스템 운영 노하우 등 금고업무 관리 능력과 서울시와 진행 중인 여러 협력사업 등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웠다. 우리은행도 100년이 넘는 서울시 금고 운영 경험과 노하우, 우리은행이 맡고 있는 서울 구금고와 시너지 등을 강조할 전망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이 파격적인 금리를 제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설명회 참석 후 내부적으로 제안서 제출 여부와 전략 등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라며 “올해 달라진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 등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전략적으로 입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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