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누나’ 이정은, 욕먹는 신세..밸런스 붕괴된 ‘골때녀’

[텐아시아=류예지 기자]
사진=이정은 인스타그램

<<류예지의 옐로카드>>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를 제대로 파헤쳐봅니다.



SBS ‘골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에게 비상이 걸렸다. 한때 수요일 예능 1위를 주름 잡던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지난달 중순부터 매회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불과 4~5개월 전만 해도 9%가 넘던 시청률은 이제 5%대까지 추락했다.

시청자들은 하락세의 이유가 뉴페이스인 이정은의 합류라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이정은은 축구선수 이강인의 누나로 지난 4월 ‘골때녀’ 국대패밀리 팀에 들어왔다. 이정은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부터 빼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그는 마르세유 턴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드리블 등 동생 못지않은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마치 이강인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영표 전 축구선수는 “골때녀의 전체적인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는 선수가 왔다”고 극찬했다.

‘골때리는 그녀들’/사진 제공=SBS

주변인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이정은은 데뷔전에서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개벤져스의 모든 수비수를 제치고 골대로 달려가더니 데뷔골을 기록한 것. 이후 매 경기 골을 넣으며 국대패밀리를 ‘골때녀’의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최근엔 구척장신과의 슈퍼리그 준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조별리그 MVP에 올랐던 이정은은 이날 3골을 기록하며 국대패밀리를 결승으로 이끈 일등 공신으로 손꼽혔다. 이정은의 활약에 힘입어 다른 멤버들도 호성적을 기록하며 6:0으로 구척장신을 눌렀다.

국대패밀리에겐 더없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겠지만, 제작진에게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정은의 독보적인 활약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수준 차이가 극심하다며 “방송이 재미없다”는 평을 듣게 된 것.

‘골때리는 그녀들’/사진 제공=SBS

일각에서는 이정은이 재미를 반감시킨다며 하차를 요구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번도 공을 만져보지도, 차보지도 않은 멤버들이 축구를 시작하며 한 계단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골때녀’. 이젠 어나더 클래스 실력을 갖춘 이정은이 독식하고 있다. 이정은과 아이들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분명 아마추어 같지 않은 프로급 실력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재미를 주려고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어긋나버렸다. 동시에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던 이정은은 오히려 ‘너무 잘해서’ 욕을 먹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처음부터 ‘골때녀’ 제작진이 ‘성장 드라마’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 당시처럼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축알못’인 멤버들로만 구성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서 벗어나 프로급 실력을 갖춘 멤버를 섭외하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져버렸다. 제작진은 ‘골때녀’를 ‘뭉쳐야 찬다’ 여자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사진=이정은 인스타그램

아예 모든 팀에 이정은 정도의 실력을 갖춘 멤버를 하나씩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터. 그나마 원더우먼 팀에는 송소희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나머지 팀은 실력이 엇비슷하다. ‘액셔니스타’ ‘구척장신’ ‘개벤져스’ ‘월드클래스’ 등에는 팀을 구제할 정도의 선수가 없다.

차라리 ‘뭉쳐야 찬다’처럼 프로 여자축구선수를 초청해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도록 판을 짜는 것도 방법. 지소연, 이민아, 조소현, 장슬기, 이금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들을 섭외한다면 전체적인 팀 수준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여자 축구의 흥행에도 동참할 수 있다.

이정은의 폭풍 활약과 동시에 한 달 넘게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제작진의 빠른 판단과 행동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골때녀’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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