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자수 전 아버지에게 연락해 "죽고 싶다"

8억대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윤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씨가 16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8억대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윤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씨가 16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검거 전 아버지에게 연락해 “죽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조현수(30)씨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전날 오후 12시 25분쯤 동시에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2차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지 123일 만이었다.

이들의 검거에는 이씨 아버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이씨와 조씨가 해당 오피스텔에 은신했다는 사실은 파악했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오피스텔은 2500여 가구의 대단지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는 부모에게 한 번쯤은 연락하리라 판단했다. 평소 이씨는 딸을 끔찍이 아껴왔다고 한다. 경찰은 부모에게 자수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이씨는 16일 아버지에게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전화했고, 이씨 아버지는 경찰에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이씨 아버지는 경찰 체포에도 동행했다. 경찰은 이씨 아버지를 통해 이씨와 조씨가 오피스텔 건물 복도로 스스로 나오도록 설득했다. 경찰 관계자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어 최대한 이씨 등이 자진해서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도주한 뒤 곧장 이 오피스텔로 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 2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이 사용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잠적한 동안 이씨와 조씨 명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대포폰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대포폰과 오피스텔을 임대한 조력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을 구하려면 누군가와 계약을 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내세워서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수)는 이씨와 조씨의 도피를 도와준 조력자가 있는지와 도주 경로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당시 39)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하지 못하는 윤씨를 계곡에서 다이빙하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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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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