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2000달러로”..해외여행 풀리자 면세한도 상향논란 재점화 [방방콕콕]

2020년 8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진 = 지홍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2년 넘게 묶였던 해외여행에 서광(曙光)이 비친다.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국내에서 백신을 접종한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7일)를 면제하기로 하면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대상은 2차 접종(얀센 1회 접종)후 14일이 경과하고 180일 이내인 사람, 3차 접종자다. 2차 접종 후 코로나19에 걸려 완치된 사람도 면제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접종자는 4월 1일부터 격리가 면제된다. 다만 위험도가 높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4개국은 격리면제에서 제외된다.

격리 면제 대상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스노팜, 시노백, 코비쉴드, 코백신, 코보백스 등이다.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여행사는 실시간 예약과 홈페이지 트래픽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인 노랑풍선에 따르면 격리 면제 정부 발표 4일 전(3월 7일~10일)과 비교해 홈페이지 유입량은 120%(3월 11일~14일), 예약건수는 85%가량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주춤했던 항공주도 강세다.

얼어붙었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면서 1인당 600달러(66만원)로 제한된 여행자의 면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점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면세산업을 살리고, 보편화된 해외여행 추세에 맞춰 국민 혜택을 늘리자는 취지에서다.

주요 국가별 면세한도 현황 [인천공항공사 자료 재정리]
구매한도 43년만에 폐기됐지만 면세한도는 8년째 유지

그동안 면세품을 사려는 해외여행자들에게 2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총 5000달러로 제한된 구매 한도와 1인당 600달러로 정해진 면세한도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소비가 쉽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구매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해왔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구매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제품에 대한 과도한 소비 제한 등을 위해 1979년 도입한지 43년 만이다.

1979년 500달러로 시작한 구매한도는 1000달러(1985년), 2000달러(1995년), 3000달러(2006년), 5000달러(2019년)로 상향됐다. 하지만 국내 면세업계를 역차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란 지적에 따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정부는 구매한도 폐지 결정에 대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로 나가는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치는 1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반면 2014년 1인당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소폭 상향된 면세한도는 8년째 같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들어 2000달러 짜리 가방을 사는 경우, 면세한도 초과금액인 1400달러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세금을 내야 한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공항·면세업계 “면세한도 늘려야”

2년 넘게 코로나 피해를 보고있는 공항과 면세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면세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 연간 매출은 코로나19 발생전인 2019년, 25조원을 육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후 15조원(2020년), 17조8000억 원(2021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전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인천공항 면제점도 2년째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2019년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두바이공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 면세점의 현재 매출은 2019년 대비 5%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기준 매출은 1158억원이었다.

인천공항은 2020년 면세점 사용료 4740억 원을 감면하고, 2400억원을 납부유예 하는 등 3년째 고통 분담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해외여행이 막혀 어려움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대 수익원인 공항 면세점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년째 적자수렁에 빠졌다. 2001년 개항해 2004년부터 16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온 인천공항은 2020년 첫 4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7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인천공항은 지난달말 관세청에 국내 면세점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민 혜택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면세한도 상향 조정을 건의했다.

면세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포스트 코로나시대, 국내 면세점 산업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 면세 한도 상향을 촉구하기도 했다.

면세한도 상향 조정은 공항·면세업계의 주장만은 아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 타개책으로 무착륙관광비행을 선보였다. 이 상품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4.4%가 ‘면세한도액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면세한도액이 많다’는 응답자는 4.6%에 불과했다.

열쇠 쥔 기획재정부 “시기상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면세한도 조정 열쇠는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이후 무착륙 관광, 온라인 면세 역직구 허용, 구매한도 폐지 등을 통해 면세업계를 지원해왔다.

그럼에도 면세한도 조정에서 만큼은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의 면세한도가 국민 소득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조사하는 국민여행총조사에서 해외여행객 1인당 평균 쇼핑 금액이 250달러(2019년 기준)여서 상향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적 위화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측면도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해외여행 자유화 등을 고려해 면세한도를 올리면 좋겠다는 의견은 이해되지만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하거나 높은 OECD(평균 548달러), 유럽연합(평균 491달러)과 비교하면 약간 높은 수준이어서 당장 올려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해외 여행자에 대한 미국의 면세한도는 800달러(89만원), 호주는 900호주달러(78만원), 영국은 390파운드(61만원), 독일은 430 유로(58만원·항공여행객 기준)로 우리나라와 조금 높거나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면세·공항업계는 역내 통합 형태로 운영되는 유럽과 면세한도에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은 미국 문화 등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같은 경쟁권역에 있는 동북아 국가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항과 경쟁중인 일본의 면세한도는 2000달러, 중국은 약 1200달러(하이난 면세특구는 1만5700달러)로 우리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때 외화 유출 방지 차원에서라도 면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면세 산업을 키워 내수를 진작시키고, 외화 반출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하이난을 중심으로 내국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면세 특구를 조성했다. 이곳에서의 면세 한도를 3만 위안(약 52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30만 원)으로 대폭 상향시켰다. 그 효과로 하이난에서 면세점 4곳을 운영하는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1년 만에 매출 등급이 3단계 뛰어오르며 2020년 세계 면세점 1위가 됐다.

국토부 2차관 시절 항공 등 교통관련 정책을 총괄해 온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정부가 국민적 위화감을 이유로 면세한도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도 면세한도만으로 위화감을 가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1인당 600달러로 돼 있는 면세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각국의 물가와 환율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일본과 비슷한 상황인 만큼 일본과 같은 2000달러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면세한도 상향은 여객의 잠재적 구매력 향상을 유인해 면세점 매출 증대, 매출총량 증가로 이어져 정부 관세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홍구 기자]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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