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3개 깼다” 눈물 쏟은 이수영, 감격의 13년만 컴백

[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유용주 기자]

가수 이수영이 13년 만의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5월 17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이수영의 정규 10집 앨범 ‘SORY'(소리)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수영은 취재진 포토타임에 응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일단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어떻게 감사를 다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눈물이 나서”라며 “많이 떨려서 그렇다. 재데뷔하는 기분이다. 데뷔할 때는 21살이어서 뭘 모르고 무대에 섰다. 그때는 사장님이 너무 무서워서 이런 감정을 하나도 못 느꼈는데.. 사실 지금 너무 떨리고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6시 발매되는 ‘SORY’는 이수영이 2009년 발표한 정규 9집 ‘DAZZLE'(대즐)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정규 앨범이다. 이수영은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음악 팬들에 대한 미안함(Sorry)이라는 감정과 이야기(Story)를 목소리(Voice)를 통해 풀어냈다.

이번 앨범은 다채로운 감성의 발라드가 담긴 음반이다. 만장일치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천왕성’을 필두로 ‘작은 빗방울이 네 손끝에’, ‘사월에게’, ‘덧’, ‘방문을 닫고’, ‘알아가려 해’, ‘너 같은 사람’, ‘사랑의 7가지 색깔’, ‘Rainbow(레인보우)’까지 총 8트랙으로 구성됐다. 오랜만에 내는 앨범인 만큼 좋은 8곡을 받고 추리기 위해 준비 기간만 3년여의 시간을 뒀다.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은 모든 취재진에게 친필 사인을 담은 실물 음반을 손수 준비해 선물한 이수영은 “우리 남편이 앨범 비닐을 뜯고 아들이 첫 장을 펼치고 내가 사인을 했다. 온 가족이 가내수공업으로 준비했다”며 “세션부터 공을 들인 앨범이다. 정말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했다. 녹음도 오래 걸렸지만 믹스를 하고 마스터링을 하는 데 한 달 반 이상 걸렸다. 독일에도 갔다 오고 했는데 결국 한국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영은 싱글과 미니 앨범이 대다수인 가요계에서 또다시 정규 음반을 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9집을 내고 시집을 갔다. 내가 10년 동안 9집을 낸 거다. 거의 매해, 어떤 해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기도 했다. 달릴 때로 달렸던 나였는데 시집을 가게 됐고 그 공백이 13년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수영은 2010년 결혼했다.

이수영은 “이런저런 과정 속에서 10집을 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스스로도 들었지만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정규 음반을 낸다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3년 동안 날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졌을 거라는 두려움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감사하게도 (소속사) 백승학 대표님이 강력하게 10집을 내야만 한다며 큰 힘을 줬다”며 “대표님 사모님이 내 ‘찐팬’이다. 무대 앞에 놓인 꽃도 직접 깔아주셨다. 팬분들 덕분에 10집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 프로듀싱은 리메이크 앨범 ‘Masque’와 ‘No.21’에 참여한 권영찬이 도맡았다. 악기 연주에는 국내 최고 세션으로 손꼽히는 홍준호, 신석철, 나원주가 참여했다. 작곡 작사진도 화려하다. 타이틀곡에 참여한 가수 안예은을 시작으로 김이나, 권순관, 멜로망스 정동환, 이진아, 김희원, Mogwa.c(안효진), 헨(HEN), 프롬, 박인영 등 실력파 작사가 및 뮤지션들이 지원사격해 앨범 완성도를 높였다. 이수영은 마지막 트랙 ‘Rainbow’ 단독 작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색을 더했다.

이수영은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마움을 느꼈던 이들에 대해 “소속사 대표님, 회사 모든 직원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일단 음악이 제일 중요한데 권영찬 프로듀서를 만난 건 정말 축복 중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 음반을 3년간 함께 기다려주며 준비해주는 게 쉽지 않다. 본인 음악도 해야 하고 가장 잘 나가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지금도 날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다. 내가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도 되나 싶을 만큼 내 음악을 나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까지 인도해줘 앞으로 영원히 내가 놓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작사가로 참여해준 김이나 덕분에 삶의 전반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김희원 씨, 이진아 씨, 안효진 씨, 프롬, 박인영 씨, 헨, 정동환 씨, 녹음 전반을 맡아준 기사님, 뉴에라프로젝트 모든 식구들께 감사드린다. 우리 가족들, 남편과 아이, 시부모님들, 교회 많은 식구들께 많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MC를 맡아 준 절친 박경림을 위해 쓴 손편지도 읽어 내려갔다. 이수영은 “나야. 가장 힘들고 아플 때도 네가 옆에 있었고 가장 기쁜 일이 있을 때도 항상 네가 옆에 있어”라며 오열했다. 이에 박경림은 “그냥 내가 읽겠다. 이렇게 기쁜 날, 내가 집에 가서 곱씹어 보겠다. 이런 날 울고 그러면 스타일리스트 얼굴이 지금..”이라며 이수영을 다독였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수영은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인원은 많이 적어졌지만 일당백 크리스탈 분들.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10대 때부터 기다렸는데 서른이 다 됐다고, 군대에서 기다렸는데 애 아빠가 됐다는 팬들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CD를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트렌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거쳤다는 이수영은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내 부족한 부분들을 너무 쏙쏙 잘 채워줘 말 그대로 난 보컬로서, 무기가 목소리인지라 녹음실에서 그냥 즐겁게 했다. 예전에 녹음실에서 살았는데 너무 오랜만에 녹음하니까 그 자체가 기쁘고 신났다. 즐겁게 하다 보니까 10집이 됐다. 사실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도 뭔지 모르겠고 그냥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지금의 뮤지션 후배님들, 동료님들을 믿고 잘 따랐던 것 같다.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했더니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수영은 “13년간 가수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왜 안 했겠나. 13년간 한 해도 음반을 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TMI일 수도 있는데 지금 회사를 5년 전에 만나서 내가 버는 돈의 일부분을 떼어 적금을 들었다. 한동안 0원이었을 때도 있었다.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음반 낸다고 어디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빚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잘 버티며 5년간 착실하게 적금한 돈이 어느 정도 제작비로 모였을 때 3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그게 꽤 되더라. 티끌 모으니까 태산이 좀 돼서 앨범을 그렇게 준비하며 버텼다. 적금이 있다는 게 사람 마음에 너무 든든하더라.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적금 3개를 깼다. ‘적금을 들어놓고 볼 일이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수영은 “노래는 내게 행복이더라. 날 숨쉬게 한다. 처음 녹음실에 들어가 목을 푸는데 피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피가 순환되는 느낌이었다. 꿈꾸던 걸 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유용주 y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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