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완화될까..’노동계-재계’ 기싸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차기정부의 1순위 과제로 꼽고 있지만, 노동계에선 오히려 확대적용을 요구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친기업적 제도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172석을 보유 중이고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임기 초반부터 노사, 노정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차기정부 경제·산업정책 관련 기업의견’ 조사에서 개선이 필요한 경제법률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1순위로 꼽았다. 재계는 법 시행 전부터 규제의 범위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제도 유예·개정을 촉구해 왔다. 산업재해 감소를 강하게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에서는 발언에 큰 무게가 실리지 않았지만 대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와 전시산업계, 중소기업 등 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최근 잇따라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오히려 법의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히고, 인과관계 추정 원칙을 도입해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과관계 추정 원칙은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에 대해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경영책임자가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게 하는 것으로, 도입되면 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 노동계는 5월 새 정부 출범 후 전국노동자대회, 총파업 투쟁 등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의 당위성을 강조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명시적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추후 개편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경남 창원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어렵다면 업계 의견을 듣고 개정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하는 등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TV토론에선 “(경영책임자) 구속요건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며 “형사 기소시 법적인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개편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해 여소야대가 이어지는 2024년 총선 때까지는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에서는 윤준병·강민정·김영배·이탄희 의원이 법 적용 강화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에 업계에선 현재 수사 중인 중대재해 사건의 첫 기소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기소는 검찰이 하는 만큼 추후 윤 당선인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낮은 수위로 기소가 이뤄지면 노동계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 전문 대형로펌 변호사는 “검찰로서는 법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기소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구속요건의 애매모호함을 지적하긴 했으나 고용부는 필요에 따라 충분히 구속 기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영장 청구를 할 수도 있다”며 “현재 법안은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만큼 아직 보완을 언급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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