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씨 그건 무례입니다

[김종성 기자]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은 말 그대로 웹툰 <식객>을 그린 만화가 허영만이 ‘백반기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허영만은 일상과 허기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전국 각지의 백반을 소개한다. 진정한 ‘웰빙 밥상’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자 기획됐다. 2019년 5월 14일 첫방송을 시작해 3년 넘게 방영되고 있으니 제법 장수 프로그램이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는 매회 스페셜 게스트가 출연한다. 처음에는 음식에 일가견이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줬지만, 지금에 와서는 게스트 섭외에 있어 큰 기준은 없어졌다. 160회나 됐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해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게스트와 인터뷰를 나누는 허영만의 태도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의 한 장면.
ⓒ TV조선
 

지난 15일 방송에서 허영만은 코미디언 김지민과 함께 동해·삼척 백반 나들이를 떠났다. 강원도 동해시가 고향인 김지민은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허영만은 “나도 여수여”라고 받아친 후 “물어볼 얘기가 많”다며 대뜸 “김준호씨 잘 있죠?”라고 질문했다. 김지민은 “초장부터 김준호 얘기를…”이라며 당황스러워 했다. 

물회를 먹기 위해 식당으로 옮긴 후에도 허영만의 김준호 소환은 계속 됐다. 허영만은 김지민의 열애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 “(김지민 눈에) 뭐가 씌였다”, “김준호씨가 남자같이 보였어요?”, “김준호씨는 이혼한 사람 아니에요?”라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좋게 보면 ‘돌직구’지만, 사실 ‘무례’에 가까웠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될 주제였다. 

김지민은 “금기어인데…”라며 당혹스러워 했지만, “저희도 농담 삼아서 비슷해지려면 나도 갔다 오겠다. 제가 갔다오면 그쪽이 한 60~70 되어 있을 것 같더라고요”라고 센스있게 응수했다. 프로 방송인다운 대처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터라 이골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속 편하게 너털웃음을 짓고 있는 건 오로지 허영만뿐이었다.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의 한 장면.
ⓒ TV조선
 

“시장에 가면 덩어리 무 팔거든요. 썰어주면 남편이 굉장히 좋아할 거예요.” (허영만)

“제가 지금 돈도 벌고 바빠 죽겠는데 남편 짠지를 어떻게 사다 줘요.” (김선영)

“돈 벌고 짠지까지 사다 주면 울지.” (허영만)

허영만의 이런 무례는 사실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27일 방송에서도 게스트로 출연한 김선영과 짠지를 시식하다 말고 난데없이 시장에 가서 덩어리 무를 사서 썰어주면 남편이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김선영은 자신이 돈도 벌고 바쁜데 어떻게 남편 짠지까지 사주냐고 눈치를 줬지만, 허영만은 물색없이 돈 벌고 짠지까지 사다주면 남편이 감동해서 울 거라며 김선영을 자극했다. 

어쩌겠는가. 불편한 감정을 노출시켜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상대는 1947년생 어르신이고, 프로그램이 진행을 맡고 있는 MC 아닌가. 이런 상황을 많이 겪은 이들은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상황을 전환시키는 무기를 갖고 있다. 김선영은 “(남편은) 돈 주는 걸 더 좋아해요”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그제서야 결국 상황은 종료됐다. 

이처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속에서 허영만의 발언들은 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젠더 감수성’을 논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당혹스러움은 게스트의 몫이고, 불쾌함은 시청자의 몫이다. 게스트는 센스 있는 대처를 강요받는다.

허영만은 자신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무례함)이 여성 출연자가 나왔을 때 좀더 노골적으로 발화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보길 권한다. 또, 제작진도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허영만과 진지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가 발언에 신중을 기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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