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돈 벼락’ 맞은 자동차 업계..덜 팔았는데 더 벌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 연합뉴스

“1187만대 덜 팔고 78조7천억원 더 벌었다.”

전 세계 대표 완성차 업체들 이야기다. 2019년과 2021년 실적(영업이익)을 비교한 결과다. 지난해 판매량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성적에 크게 못 미쳤는데도 불구하고 큰 돈을 벌었다.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차값이 크게 오른 결과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판매량 기준 1~11위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2021년 판매량은 6250만6천대, 영업이익은 1581억2800만달러(약 192조6789억원)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 업체들의 판매량과 영업이익을 합친 수치다. 전년에 비해 판매량은 31만3천대, 영업이익은 985억6400만달러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187만1천대가 덜 팔렸는데도 영업이익은 646억800만달러(약 78조7377억원) 늘었다. 업체별로 따져봐도 경향성이 뚜렷했다. 모든 업체의 판매량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회사는 9위에 오른 일본 스즈키 뿐이었다.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그룹 등 나머지 10개 업체 모두 판매량 감소에도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자동차 가격 상승이 배경으로 꼽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강판, 알루미늄, 구리 등 차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되살아난 자동차 구매 수요와 비교해 공급이 부족한 점도 한몫 한다. 2020년 말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하면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한마디로 돈벼락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는 생산과 공급 측면에서 위기를 불러왔지만, 신차를 사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긴 수요자 대열을 만들어내면서 차량 가격 상승과 자동차 업체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국내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4759만원으로, 1년 전 4183만원에 견줘 13.8% 뛰었다.

고급차, 픽업트럭,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 판매 비중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벤츠의 경우, 지난해 고급차와 밴 매출이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해 판매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수입차·대형SUV·전기차 판매량은 되레 2.3%, 5.4%, 43.1%씩 늘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구매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서 한 등급 높은 프리미엄 자동차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장쑤성 난징의 창안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익성이 유지될지는 물음표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차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지만, 판매량이 뚝 떨어질 수도 있어서다. 반도체 및 차 부품을 원활히 수급하지 못하면 차량 인도 지연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게 된다. 양 선임연구원은 공급망 관리가 올해 완성차 업체 간 실적을 가르는 조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 도요타를 예로 들며 “도요타는 10년 전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공급망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 덕에 미국에서 지엠(GM)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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