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십억 강남아파트를 ‘로또’로 만든 분상제..尹이 풀까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빅뱅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나 지자체 등이 시행착오 없이 제대로 이끌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집값 불안과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도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 전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결국 법정 공방을 벌이기로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계약변경무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3.17/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운영의 합리화를 약속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인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을 현실화 한다는 공약이다. 분상제가 안정적인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가격통제로 민간 공급을 억누르는 역기능에 비판도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분상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상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가산비를 합쳐 일정 수준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분양가를 무조건 주변 시세 대비 70~80% 이하로 낮추는 데 중점을 두다보니 불투명한 계산방식과 일방통행 심사로 계속 갈등을 빚었다. 분양가에 불만을 품은 조합이 분양을 미루면서 분상제가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장에서 분상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시세의 40~60%로 낮게 책정되는 택지비(땅값)다. 택지비는 공시지가 대비 1.7~1.8배 수준이 정비업계의 불문율이 됐다. 지난해 6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3.3㎡당 분양가는 5273만원이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지만, 당시 주변 시세 대비 50~60% 수준으로 최소 10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로또 청약’으로 불렸다. 실제로 원베일리에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5㎡은 올해 1월 4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3700만원이다.

“택지비 산정 시세 반영 비율 높여야…부동산원 심사 절차 개선 등 필요”

분상제를 개선하려면 택지비 산정 기준부터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택지비를 무리하게 억누르다보니 현재는 분상제 제도 취지와 달리 공급축소, 로또 분양 같은 부작용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택지비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시세 반영비율을 높이거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지비가 현실화되면 분양가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공급확대를 통해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가격 산정을 건드리지 않고, 절차의 간소화로 택지비를 정상화 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기웅 한국주택협회 정책팀장은 “분상제는 택지비 평가를 최종적으로 부동산원이 하는 데 이를 지역자치단체 등 분양가 심의위원회에 맡기는 방식으로 간소화 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상제 지역의 택지비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제10조제5항)에 따라 부동산원에서 최종 검토한다.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규칙을 고치는 것으로 택지비평가서 검토제도 개선이 가능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상제 지역은 주변이랑 5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도 가격 차이가 발생해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가수요도 몰릴 수 밖에 없다”며 “분상제 지정 지역을 해제·변경해 일정 수준 시장자율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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