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앗, 또 바닥 매수 놓쳤나”..추격 매수 생각하는 당신에게[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21일(현지시간)까지 3거래일째 기술주 주도로 강세를 이어갔다.

기술주는 올들어 충분히 떨어졌다는 투자자 판단에 따라 반등하던 차에 예상보다 좋게 나온 테슬라의 지난 2분기 실적으로 더 큰 힘을 얻은 모습이다.

다만 이날 장 마감 후 발표된 소셜 미디어회사 스냅의 ‘어닝 쇼크’와 3거래일 연속 랠리에 따른 단기 피로감으로 22일엔 미국 증시가 쉬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침체장 끝났다” 낙관론 등장

문제는 S&P500지수가 1.05포인트만 더 오르면 4000선을 넘어서게 되는 지금, 증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S&P500지수가 지난 6월16일 최저점에서 9%가량 반등하자 ‘이번에도 바닥 매수의 기회를 놓쳤나’라고 아쉬워하며 추격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

침체장에서는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질 날이 또 오기 때문이다. 반면 강세장이라면 매수를 서둘러야 한다. 강세장에서도 주가가 하락하는 날은 있지만 톱니바퀴 같은 모습으로 우상향하기에 빨리 사두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관건은 침체장이 끝났냐는 것이다. 여전히 월가의 대세는 약세장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명시적으로 “침체장의 종말”을 선언하는 전문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센티멘 트레이더의 창업자이자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고엡퍼트이다.

그는 지난 20일 개장 전에 트위터에 “침체장은 끝났다”며 “현대 시장에서 증시가 52주 최저치에서 올라온 후 3거래일 중 2거래일 동안 상승 종목의 거래량이 전체의 87%를 넘어섰을 때, 1년 뒤 S&P500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S&P500지수는 지난 6월16일 52주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 19일까지 3거래일 중 2거래일 간 상승 종목의 거래량이 전체의 87%를 상회했다는 설명이다.

고엡퍼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1940년 이후 이런 경우가 24번 있었는데 1년 후 S&P500지수는 100% 올라 있었다고 밝혔다. 24번의 1년 후 상승률을 조사하니 중간값이 23%였다. 이 경우 6개월 후에도 24번 중 77%는 증시가 올라 있었다.

강세론 시나리오

시장 체질이 강해지고 있다는 다른 증거도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하락 종목수 대비 상승 종목수의 비율은 지난 13일 52주 최저치를 기록한 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S&P500지수는 지난 19일에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섰다.

소수의 강세론자들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긴축 등 현재의 문제에서 눈을 돌려 지금보다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될 올 4분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은 올 가을까지 개선될 것이고 올 4분기가 되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도 지나가고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며 기업 실적은 올 3분기에 소폭 둔화됐다가 4분기에 반등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이 낙관적 전망에는 혹시 경제 침체가 오더라도 완만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UBS의 전략가인 키이스 파커가 이같은 낙관론적 시나리오를 지지하며 기술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술주에 대해 “상대적 성장세가 개선되고 있고 기업 체질이 좋아졌으며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과 금리 문제도 최악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증시가 오는 8월과 9월에 다시 하락하며 저점을 테스트한 뒤 4분기에 기술주 주도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률 축소, 시작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월가 대세는 침체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증시가 급등한 지난 19일 밤,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비용 압박이 계속되고 기업들의 매출액 성장률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낙관론에 대해 우리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 4분기와 내년 초 전에 기업들의 이익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주식 전략가인 샤론 벨은 지난 19일 CNBC에 출연해 “침체장이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기업 이익이 하향되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으로 에상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격에 전가해 이익률을 유지했지만 앞으로 경기 둔화세로 가격 인상이 어려워지며 이익률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증시 밸류에이션도 “이직 과거 침체장에서 일반적으로 목격했던 바닥 수준은 확실히 아니다”라며 “증시에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 리서치도 지난 20일 침체장 랠리가 단명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반등은 투자자 심리가 극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투자 심리가 낮아지면 증시는 단기적으로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R 평균 수준, 더 올라갈 수 있나

UBS의 아트 캐신은 CNBC와 인터뷰에서 “S&P500 기업의 10%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실적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지난 7월 인플레이션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과 숏 스퀴즈까지 겹치며 S&P500지수는 4000, 심지어 4100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숏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던 공매도 세력이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려 급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S&P500지수가 4000을 넘는다 해도 강세를 지속할만한 모멘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6.5배다. 지난달 바닥일 때는 15.2배였다. PER의 과거 10년 평균은 16.9배, 15년 평균은 15.7배였다.

기술주 PER은 올초 31배에서 지난 6월에 20배 밑으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21.8배 수준으로 올라왔다. 과거 10년 평균 PER은 20배 가량이었다.

문제는 올 하반기 동안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익 전망치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주가가 오르면 PER은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경제 성장세가 지금처럼 둔화되고 이익 성장세가 낮아질 때 PER이 올라가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PER 확대는 기업들이 고성장할 때 기대감이 높아지며 함께 이뤄졌다.

증시 밸류에이션이 과거 10년 평균 수준인 상황에서 경제 성장세 둔화는 막 시작됐고 기업 이익도 올해 내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분간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 투자는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증시를 지속적으로 끌고 올라갈 모멘텀이 현재로선 약해 보이는 만큼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월가의 주류 의견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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