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우크라 전쟁에 방산주 뜬다..록히드마틴, 올 25% 폭등

[파이낸셜뉴스]

한국 국방부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F-35A 전투기 군사 훈력 모습. 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올들어 방산주가 시장 수익을 크게 넘어서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방 각국 정부가 군비 지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아나 지원이 인도적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방산=비인간적’이라던 투자자들의 도덕관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방산주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치솟는 방산주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SCI 항공·방산업종지수는 올들어 MSCI세계지수를 17%p 웃돌고 있다. 1999년 이후 딱 3번째다.

CNBC에 따르면 F-35 전투기 제작업체인 미국 방산업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록히드마틴은 올들어 주가가 25.43% 급등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0.37% 하락한 것과 두드러지게 다른 흐름이다.

또 영국 대표 방산기업인 BAE시스템스는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올들어 35.5% 폭등했다.

달라진 평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각국 정부의 신규 주문이 증가하고, 이에따라 매출과 순익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방산주 상승세를 촉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우크라이나전이 방산업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점을 바꿔 놨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산업종이 국제안보를 지키는 산업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서둘러 방산업종 공매도를 축소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거두는 공매도가 지금으로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포지션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BAE시스템스 공매도 규모를 2월 후반 들어 3분의1 축소했고, 시터델유럽은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 공매도 규모를 대거 축소했다.

헤지펀드 샌드바와 이거톤 역시 레오나르도 공매도 비중을 줄였다.

신중론 부각
일부에서는 그러나 여전히 신중론이 나온다. 방위 예산이 증가해 방산업종의 실적 하한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산업정책을 담당한 국방부 수석부차관 출신인 빌 그린월트 미기업연구소(AEI) 비상임 연구위원은 “방산업종에 일부 ‘비이성적인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직은 흐름을 예단하기 이르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올들어 기술주에서 낭패를 본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수단으로 방산주가 등장하면서 들 뜬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약속하고, 대전차미사일·드론·탄약·기타 군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신규주문이 몰릴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8억달러 추가 지원을 포함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군사장비 규모만 지금까지 30억달러가 넘는다.

다만 기대가 기대로만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 등이 약속한 지원장비는 대부분 기존 재고물량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린월트 연구위원은 “아직 주문이 증가했다는 신호는 없다”면서 “신속히 주문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차
지금의 방산주 상승세는 과거 지역 갈등에 따른 실적개선 덕이라는 지적도 있다.

번스타인의 더그 하네드 애널리스트는 방산주 주문 증가가 실적에 반영되는데는 대개 반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지금의 주가 상승세는 지난해 지역갈등에 따른 주문 증가 효과라고 말했다.

하네드는 방산주 투자 결정에 앞서 장기적으로 국방예산이 확대될지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국방예산이 확대돼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간격이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리서치업체 캐피털알파파트너스의 바이런 캘런은 올해 전차나 항공기, 군함 예산이 배정된다고 해도 실제로 주문으로 연결되는 것은 2023년, 2024년, 또는 2026년일 수 있다면서 성급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군비확장 예고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독일이다.

전범국가로 국방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노선을 갈아탔다.

독일은 최근 국방정책에 대대적인 노선 변경을 선언하고 군 현대화에 1000억유로(약 134조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방산주가 1순위로 떠 오른 주된 배경이다.

독일 방산업체들은 주가가 폭등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전차·장갑차 등 기갑장비를 납품하는 라인메탈 주가는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올들어 2배 넘게 주가가 폭등했다. 22일 219.50유로로 마감해 올들어 164.65% 폭등했다. 같은 기간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30지수는 7.69% 하락했다.

나인티원의 필립 샌더스 펀드매니저는 방산업종 상승 흐름은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면서 모멘텀이 지금은 상승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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