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자재값 상승·中봉쇄·추경.. ‘미친물가’ 앞으로가 더 문제

지난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물가 전망 역시 어둡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1년간 물가가 오를 것이란 사람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당히 높아 대내외 전반에서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30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하반기 줄줄이 인상이 예고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불안요소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국내에 전이되지 않도록 새 정부가 수급 안정 지원책 등 맞춤형 정책을 펴는 동시에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체결로 환율을 안정시켜 수입물가 상승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 달 새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압력이 지속될 우려가 제기된다며 ‘대외요인 국내 파급 최소화’ 등을 대응 방안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이달 3일에는 현 상황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한층 높아진 위기의식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물가 상승을 억제할 요인이 보이지 않아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과거 20년 동안 3% 이상 소비자물가가 올랐던 적이 이번을 포함해 2008년, 2011년까지 세 번이 있었는데, 보통 18개월 정도 갔다”면서 “대부분 수입물가가 올랐거나 환율이 오르면서 (고물가가) 길게 이어졌는데, 이런 흐름에서 앞으로 1년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봉쇄 울타리를 두른 中 상하이 주거단지의 모습.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대외 불안요인 외에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내수 회복도 향후 물가를 추가로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임금 상승이 수반되고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켜 상당 기간 (한국은행이 제시한 3%) 목표보다 높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되면서 수요 견인에 의한 물가 상승요인들이 있어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억제를 위한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는 가운데 조세 및 통상·외교 정책을 통해 원자재 가격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을 막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으로 생산성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원자재 및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통상외교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교수는 “해외에서 오는 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 정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고, 정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소통전략도 잘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와 같은 현금 살포성 정책은 지양하고, 효율성 있게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안정 대책으로는 지난해 12월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거론된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을 말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데 원화 가치가 나빠지면서 에너지 수입 가격이 더 올라 설상가상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곧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나는데 양국이 통화스와프로 연결되기만 해도 원화 가치가 굉장히 안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이희경·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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