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종합]美 역성장에도 차분한 시장..Fed, 금리인상 갈 길 간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인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시장의 동요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경기 후퇴’의 신호로 받아 들여지는 점, 최근 뉴욕증시의 높은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다소 이례적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1분기 역성장은 일종의 ‘잡음’이며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소비·고용 좋다”… 美 역성장은 ‘착시효과’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개장 직전 발표된 1분기 GDP 속보치 증가율이 연율 -1.4%를 기록했음에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전장 대비 3.06% 뛰어 오른 것은 물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85%, 2.47% 상승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장기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2.88%대까지 치솟았다. 국채 금리 상승은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 하락을 가리킨다.

이는 시장에서도 1분기 역성장을 경기후퇴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증권사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스테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GDP 수치가 경제를 반드시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언 셰퍼드슨은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이번 수치는 (경기 침체) 신호가 아니라 잡음에 불과하다”며 “경제는 침체로 빠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성장을 미국의 무역적자 심화 등에 기인한 ‘수치적 결과’로 보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1분기 미국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로 전체 GDP를 3.2%포인트 끌어내렸다”며 “미국 내 소비활동이 활발해진 반면, 다른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1분기 약세는 세계 다른 국가보다 미국의 회복세가 강력했던 것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코로나19 경기부양책 감소에 따라 정부 지출이 줄어든 것도 성장률에 부정적 여파를 미쳤다.

오히려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연율 2.7%)과 기업투자(연율 9.2%)가 늘어나는 등 세부 지표에서는 미 경제의 강한 회복력마저 확인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미 경제 회복력을 자랑하며 “경기 침체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고용도 여전히 강력하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4월17~23일) 2주 이상 ‘계속 실업수당 청구’ 수는 140만8000건으로 1970년 2월 이후 5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는 여전히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Fed 긴축 이어질 듯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반등이 확실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 조사 결과 2분기 GDP 증가율은 2.98%로 추산됐다. 셰퍼드슨은 “미국의 무역수지는 2분기나 3분기에는 성장률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년보다 둔화하더라도 경기침체로 빠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뒷걸음질 친 GDP 수치로 인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행보가 더욱 신중해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Fed의 긴축 경로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1분기 민간수요는 연율 3.7%로 Fed의 장기 기대치(1.8%)를 훨씬 웃돌았다. BMO캐피털마켓의 살 과티에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5월에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강화 조치, 장기화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불확실성과 맞물려 경기둔화 경고음은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가계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기업 생산비용 증가와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 경제 펀더멘털과 별개로 마이너스 성장 자체를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동기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성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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