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평균 연봉 1억 시대’의 비애..설 땅 잃는 스타트업

기사내용 요약
네카, 작년 인건비 각각 1조 돌파…전년비 각각 32%↑·43%↑
‘대기업 평균 연봉 1억 시대’ 열어…대다수 노동자 임금 정체된 것과 대비
인재 부익부 빈익빈 심화, IT 생태계 악영향 우려 등 어두운 측면도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이 회사 경영진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개발자 100여명이 몸담고 있는데 언제 이들이 회사를 떠나갈 지 불안하다. 지난해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의 인력 스카웃 열풍이 불붙고 나서다. 연봉과 복지 수준 격차가 날로 커진다. 그는 “사내 많은 개발자들이 (우리 회사를) 네카(네이버와 카카오)를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고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핵심 인력을 붙잡기 위해 복지는 물론 스톡옵션 혜택을 더 많이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괜한 말실수로 개발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스타트업은 물론 중견 IT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들까지 전문인력 ‘몸값 인상’ 경쟁에 가세하면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개발자 유치 경쟁이 제조, 금융, 유통 등 전통 산업군 전반으로 옮겨 붙으면서 인력 수급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위주로 전문 인력 쏠림현상이 가중될 수 있다. 반대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은 외면 받으면서 IT산업 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카, 작년 인건비 각각 1조 돌파…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

이번 주 마감된 상장사들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인건비가 연결 재무제표 기준 각각 1조1958억원, 1조158억원을 기록했다. 나란히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전년에 비해 32.2%, 42.8% 급증했다.

네카 본사 기준으로 임직원 1인 평균 보수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 본사 임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2915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6.0% 불었다. 카카오 본사 임직원 1인당 평균 보수도 1억7200만원(스톡옵션 제외 시 8900만원)으로 전년(1억800만원)에 비해 59.3% 뛰었다.

특히 카카오의 인당 평균 보수는 2020년 1억800만원으로 당시 네이버(1억248만원)를 제친 데 이어 작년에는 삼성전자(1억4400만원, 전년비 13.4%↑), SK텔레콤(1억6200만원, 33.9%↑) 등까지 추월하며 사실상 국내 연봉 랭킹 1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양사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함께 스톡옵션, 자사주 지급, 복지 혜택을 크게 확대했다. 주요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네카처럼 개발자가 주 인력인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도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근 1000만원 안팎씩 연봉 일괄 인상을 단행했다.

‘대기업 평균 연봉 1억 시대’ 촉매로 작용

네카의 경우 올해 사업 확대가 예고돼 있어, 연봉 인상과 복지 확대 등 인건비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네이버 신임 최수연 대표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새로운 보상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연봉 재원을 15%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 카카오 직원 연봉은 평균 500만원 정도 인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내년 연봉 예산도 추가로 6% 이상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네카의 연봉 인상은 ‘대기업 평균 연봉 1억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 중 2019∼2021년 3개년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기업 85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총 21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8곳, 2020년 10곳에 비하면 각각 2.6배, 2.1배 증가했다.

IT업계 이례적 연봉 인상 경쟁 왜?


네카를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연봉 인상 카드를 내미는 것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는 구조적인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IT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금융·유통업 등도 IT 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재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설비투자가 필요 없이 인재의 수준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IT업종의 특성도 업계가 연봉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MZ세대의 성향도 한몫하고 있다. 정의 가치에 민감하고 솔직해 성과급, 연봉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또한 평생 직장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워라밸과 자아실현을 중시함에 따라 더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곳으로 이직하는 데 적극적이다.

인재 부익부 빈익빈 심화…실적 악화 시 부메랑 될 수도

IT산업이 커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인상되는 것은 산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자금력에 따라 인재 부익부 빈익빈이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견 IT 회사와 스타트업들이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연봉 인상과 주식 보상을 내걸며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일부를 제외하곤 상당수 플랫폼 기업들이 아직 이익을 거두는 구조가 아닌 만큼 갑작스러운 인건비 부담 증가는 전체 IT 생태계에 악영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태별로 편차도 크다. 플랫폼(서비스)보다 용역 위주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은 주력 사업이 개발 용역이기 때문에 인건비 가파른 상승 구조가 포털·게임사 등에 비해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준다.

비(非) IT 업계 종사자 및 비개발자 근로자들의 박탈감도 숙제다. 저성장 국면에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지만 소수의 대기업 및 IT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기업별 상황은 다르겠지만 향후 실적이 추락하게 되면 최근 일련의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 인력 구조조정, 신입 채용 축소 등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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