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1조 들인 회사 2000억에 팔려다’심사유보’.. 산은 책임론 부상

MG손보 부실 여파… KDB생명 매각도 ‘빨간불’

실적 개선위해 공적자금 투입

3차례 매각 시도 번번이 무산

JC파트너스와 지분매각 계약

금융당국, 자금조달 능력 의심

대주주 적격심사 이례적 지연

“KDB생명은 애당초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였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의 조속한 매각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답변한 말이다. 이후 KDB생명은 산은 또는 이 회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산은은 2010년 당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던 금호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자금 투여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에 나섰으나 인수 가격 차가 커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이 회장 눈에 들어온 곳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회사 JC파트너스였다.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2020년 마지막 날 산은과 JC파트너스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JC파트너스로부터 2000억 원을 받고 KDB생명 지분 92.73%를 넘기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산은은 금호생명 인수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출자해 PEF를 설립한 뒤 4800억 원을 투입했고 추가로 6700억 원을 공급했다. 모두 1조1500억 원이다. KDB생명을 살리는 데 공적 자금만 1조 원 넘게 들어간 셈이다. 금융권에선 너무 헐값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따가웠지만 산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판단 유보로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JC파트너스가 2021년 6월 금융위에 신청했던 대주주 적격 심사는 6일 현재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심사란 신규 인수자가 해당 금융사의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통상 2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건은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의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금융위의 MG손해보험 경영개선계획 불승인 결정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조급증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너무 서둘다 보니 매매 가격을 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만일 매각이 불발되면 이 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알박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산은 책임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은이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 임명과 관련한 이사회 일정과 후보자 추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데 대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대주주인 산은이 일개 인력 전문회사에만 인물 추천을 맡겼을 것인가에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산은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대표 추천을 위탁받은 인력 전문회사는 글로벌기업이지만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HMM 대표를 추천하는 등 산은과 많은 일을 한 기업이다.

유회경·임대환 기자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