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Market Watch]세계 뒤덮은 인플레 공포.. 총재 없는 한은의 선택은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오른쪽부터)존 툰, 데브 피셔, 존 배러소 상원의원이 워싱턴 DC에서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상승률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은 요즘 한 번도 경험 못한 강력한 긴축(돈 풀기 축소)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매우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양적 긴축(QT·quantitative easing)을 서두를 조짐을 보이면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공격적으로 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이런 긴축의 강도를 확인할 중요한 지표가 여럿 예정돼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짚어본다.

◇체크포인트 1: 미 물가상승률 이제는 8 찍나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태가 지속하면 화폐 가치가 내려가 소비자의 구매 능력이 하락해 경기가 둔화한다. 사람들이 물가가 더 오를지 몰라 미리 물건을 사들여 물가가 더 상승하고 이에 대처하려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경우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의 우려 탓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지, 그 향방을 가늠해볼 지표인 미 소비자물가가 12일 오후 9시30분(이후 모두 한국 시각)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4%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월 기록한 7.9%도 40년 만에 최고치일 정도로 매우 높았는데, 3월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심화하면서 소비자물가가 더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치만큼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다면 이는 1982년 1월(8.4%) 이후 4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만약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낮게 나온다면 공포에 질린 시장에 잠시나마 안도감이 확산하며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9%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치솟는다면 증시엔 충격이 올 수 있다.

◇체크포인트 2: 총재 공석인 한은, 기준금리 올릴까

이주열 전 총재의 임기가 지난달 만료된 한국은행은 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 때문에 총재가 비어 있는 상태라 당초엔 이번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하리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한국도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다음 회의(5월 26일)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재가 없더라도 금통위는 미리 정해진 순번에 따라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대행을 맡는 방식으로 제날짜에 열린다. 기준금리는 오전 9~10시쯤 발표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이 다음 기준금리 결정 회의 이후로 잡히면서 이번 회의는 총재가 공석인 상태로 열리게 됐다.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상태여서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최근 이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연 4.1%를 기록하며 10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25%로 코로나 이전으로 이미 돌아간 상태이지만 이 정도로는 인플레디션 ‘진화’에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가 설문한 전문가 17명 중 인상을 예상한 사람이 9명, 동결이 8명으로 인상이 약간 우세하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하고,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신호로 여겨져 시장엔 악재다.

◇체크포인트 3: 요즘 제일 궁금한, 연준 인사들의 ‘입’

지난주 증시에 발생한 가장 큰 충격은 연준의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발언이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완화적 통화 정책주의자)로 꼽혀온 브레이너드가 갑자기 매파적(긴축적)으로 돌변해 “빠른 속도로 통화 정책을 긴축할 것”이라고 하자 증시가 급락했다. 7일엔 연준의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를 3.5%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해서 시장을 경악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의 대다수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2% 정도까지 올리리라고 전망했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연준이 긴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다음주 발언이 예고돼 있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2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다음 회의가 5월 3~4일로 예정된 가운데 당분간은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입’에 시장은 주목할 전망이다. 다음 주에도 주요 인사 2명의 발언이 나올 계획이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오후 10시30분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12일 오전 1시40분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고돼 있다. 최근 눈에 띄게 매파적으로 변해가는 연준 의원들의 발언이 얼마나 더 긴축적일지, 혹은 완화적일지에 따라 시장의 단기적 방향은 바뀔 수 있다.

한편 다음주 미 증시는 부활절 연휴로 15일 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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