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들썩이는 기름값..국내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 돌파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8년 6개월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원유 수급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던 오일쇼크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을 모두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겠다”며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도 연내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의 3분의 2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초강수에 국제유가는 수직 상승했다. 3월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6% 오른 배럴당 12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29.44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8% 넘게 상승해 배럴당 133.13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 역대 최고가는 지난 2008년 7월에 기록한 배럴당 147.5달러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각각 배럴당 185달러와 17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알렉산드로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지난 3월 7일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가 시행되면 배럴당 300달러 이상 유가 폭등도 가능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3월 9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증산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제유가가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선까지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11일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21.19원 오른 ℓ당 2007.41원을 기록했다. 2013년 9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에 최고가다. 국내 기름값이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제 시세를 따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한 데 이어 인하폭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0호 (2022.03.16~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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