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도한 식사예절에 후임병 “밥도 못먹을 지경” 토로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각종 식사 인사 관례, 제대로 못하면 욕설

식사 도중에도 선임병에 일일이 인사해야

선임보다 늦게 혹은 일찍 식사 마쳐도 눈치

“매일 밥 남겨…일과시간 내내 배가 고파”

부대 측 “인사 강요 금지, 감독 강화” 조치

식사 전후, 도중에 후임병이 선임병에 대해 지켜야 할 식사 인사 예절이 너무 과도해 군 생활을 힘들게 한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30일 군생활 관련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현역 육군 병사로부터 접수된 제보가 한 가지 게시됐다. 구체적인 부대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해당 부대에서는 식사 때마다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인사해야 하고, 이런 인사를 식사 도중 주변에 다른 선임병들이 앉을 때마다 식사를 멈추고 일일이 다 해야 했다고 한다. 만약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후임병은 욕설로 야단을 맞게 된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제보자가 전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임병이 식사를 다 끝내고 일어날 때에도 후임병이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꼭 해야 하고, 식사도 선임병보다 먼저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만약 제가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선임이 먼저 일어나면 저도 눈치껏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한다”며 “그래서 매일매일 밥을 많이 남기게 되고 특히 제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 날에는 더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래서 일과시간 내내 배가 고프다”고도 했다.

선임병이 아직 식사를 끝내지 못했는데 후임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금기시된다고 한다. 제보자는 “본인이 불가피한 이유로 먼저 일어나야 한다면 선임한테 ‘먼저 일어나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봐야 한다”며 “사실 이 질문하는 것 자체로도 욕을 먹는다”고 호소했다. 또 각자의 식판 설거지도 후임병이 먼저 끝내야 한다. 선임병보다 설거지를 늦게 끝낼 경우 “선임들보다 행동이 느려터졌다” “긴장 안 하냐” 등등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이에 제보자는 “이러한 부조리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밥을 너무 빨리 먹거나 적게 먹거나 긴장하면서 먹으면 소화도 제대로 안될 뿐더러,선임들 눈치 보느라 식판 설거지도 제대로 안 하면 위생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보자는 또 “밥 먹을 때 선임 한 분 한 분한테 인사하는 문화, 밥 빨리 먹는 문화 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보 내용을 담은 게시글에는 해당 부대 측의 입장도 담겨 있었다. 부대 측은 이 글에서 “부대는 제보내용을 자체 확인해 장병들에게 ‘식사 전후 인사 강요’ 등을 금지하고,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부대는 지속적으로 설문 및 교육, 계층별 간담회 등의 부대활동을 통해 병영 내 부조리를 예방하는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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