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추행 피해자 괴롭힌 해군 군인들..’신고자 누구냐’ 압박까지”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직장 내에서 조직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사건을 폭로하고 있다. 2022.3.29 연합뉴스

해군 산하의 한 기관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업무에서 배제시킨 뒤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기관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A씨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집단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성추행’ 기관장 해임 후 괴롭힘 시작”

센터는 A씨가 2019년 10월 회식 자리에서 예비역 해군 대령 출신 기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당시 기관장이 A씨와 다른 피해자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려 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이 기관장은 같은 해 11월 해임됐고, A씨 외 다른 피해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위 사건 발생 후 동료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센터 측은 주장했다. 군인 대상 교육 업무를 하는 팀장인 A씨는 2020년 9월 교육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팀원인 현역 군인 B소령과 같이 있던 사람의 권유로 셋이 서로 수고했다는 의미로 악수를 했다.

그런데 B소령이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6월 A씨를 고소했다. B소령은 또 지난해 2월쯤 A씨가 자신의 팔을 강제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직 해군 중위 C씨는 2019년 A씨와 함께 해군 부대에 출장을 갔는데 A씨가 같은 숙소와 같은 차량을 이용하고 함께 식사할 것을 강요했다며 A씨를 강요 혐의로 군사경찰에 신고했다.

김숙경 센터 군성폭력상담소장은 “예비역 해군 대위 출신인 A씨는 B소령이 비록 팀원이었지만 평소 위계질서를 강조한 B소령 앞에서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했다. 한 번은 A씨가 실수로 ‘님’ 자를 빼고 B소령에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당시 B소령이 ‘군에는 위계질서가 있다’면서 질책했고 A씨가 사과까지 했다”면서 “A씨는 평소 B소령이 어려워 악수를 먼저 청한 적도 없었고, (2020년 9월 교육 당시) 동석했던 사람이 수고했다며 악수를 하자고 해서 서로 돌아가며 악수를 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출장 경험이 많지 않은 C씨 편의를 위해 숙소를 예약해주고, 출장 가는 부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어떤지 제안했다. 그때마다 C씨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당시 C씨가 A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다.

업무에서 배제된 피해자…인권위에도 진정

A씨는 지난해 3월 새 기관장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한 상급자가 전임 기관장의 추행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색출하려고 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현재는 다른 곳으로 전출된 현역 군인 D중령은 A씨에게 “당시 (전임 기관장의) 성추행 사건을 누가 신고한 줄 아느냐. 사직한 군무원이냐. 아니면 네가 했냐”고 물으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관인데 그렇게 해임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일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법적소송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피해자가 보호와 지원을 받기는커녕 기관장을 몰아낸 조직의 배신자로 몰려 고통받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군대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조직에서 나가기를 은연 중에 종용받고 계속 버티니 역소고 피해까지 입으며 괴롭힘을 당한 A씨 사례를 보고 어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용기를 내 신고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B소령과 C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각각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 해군은 “해당 군무원과 당시 부대원 간 상호 고소 건은 군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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