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민생명 구하는 소방관, 근무환경 개선 이끌 것”

– 노조결성 후 공상추정법 통과 성과
– ‘4조 2교대’ 등 권익증진 노력 계속

“소방관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닦아주는 작은 손수건과 같은 역할을 우리 노조가 맡겠습니다.”

배한진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이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16일 부산 북부소방서에서 만난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배한진(41) 부산본부장은 노조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방 공무원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방 공무원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됐다. 부산본부는 지난 4월 출범했다. 2개월 남짓한 시간 200명에 가까운 부산 소방관이 노조에 가입했다. ‘생명을 걸고 화재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의 권익과 소방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노조의 뜻에 동참한 이들이다.

배 본부장은 노조의 제1 활약상으로 ‘공상추정법’ 도입을 꼽았다. 소방노조는 지난해 5월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개정해 공상추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힘을 보탰다. 배 본부장은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에 자주 노출돼 혈액암이나 육종암 같은 희귀병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병이 ‘직업병’이란 걸 입증하는 책임은 소방관 본인에게 있었다”며 “이 같은 공무상 재해 입증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담당하도록 만든 게 바로 공상추정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 공무원이 화재 진압과 구조 기술은 뛰어나지만 의학적인 상식까지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직업과 관련된 병이라는 점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는데 노조가 나서서 국가에서 이를 입증하게 했다”고 말했다.

입법 활동뿐만 아니라 부산본부 차원에서 지역 소방관의 권익을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부산본부는 제8대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후보 3인에게 정책질의서를 보내 ‘4조 2교대’ 도입을 요구했다. 소방공무원은 통상 3조 2교대로 근무가 돌아간다. 배 본부장은 “경찰은 4조 2교대의 비율이 85%가 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5조 3교대를 시범 운영 중이다. 부산교통공사와 상수도사업본부도 4조 2교대로 대부분 전환했다. 그런데 힘든 육체 현장 활동을 수반하는 소방 공무원들은 아직 4조 2교대 체제를 시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로와 힘든 환경, 그리고 타 직렬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질의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부산시장 후보에게 소방관의 권익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배 본부장은 “노조는 일종의 샌드박스다. 노조가 생겼으니 업무 환경이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며 “정책권자들이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직원이 몸으로 느끼는 지점을 기준으로 정책을 정하는 체제로 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배 본부장은 “소방관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어렵고 위험하고 유해한 환경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조해내는 용감하고 숭고한 사람들이다. 이런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소방관의 이미지가 시민에게 인식돼야 하고, 이런 일들을 알리는 데 우리 소방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부산 북부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조사계장으로 일하는 배 본부장은 부산 11개 소방서 조합원 투표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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