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쓰레기에서 새로움이?..쓰레기연구소 ‘새롬’에 빼곡히 담긴 ‘나와 지구 공생법’

[경향신문]

서울 중구에 위치한 쓰레기연구소 ‘새롬’ 내부 전시물 모습. 자동차 문짝이 다리 역할을 하는 테이블과 스케이트보드를 재활용한 의자 등이 전시돼 있다.

투명페트병은 의류로 재활용할 수 있다. 페트병을 잘게 조각낸 뒤 녹여 나일론과 같은 폴리머로 가공하면 된다. 다만 깨끗한 분리배출은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은 공식 단복도 페트병으로 만들었다. 단복 한벌당 페트병(500㎖) 200개가 재활용됐다.

서울 중구 쓰레기연구소 ‘새롬’은 쓰레기가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과정을 전시와 강연을 통해 알린다.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중구 쌍림동 쓰레기연구소 ‘새롬’. 3층 건물 중 1층에는 페트병이 옷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모형으로 상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2층에는 대형마트 카트로 만든 안락의자와 자동차 문짝이 다리 역할을 하는 테이블 등도 전시돼 있었다. 자칫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었던 것들이 특색있는 가구로 재탄생한 것이다. 새롬은 ‘새롭다’는 뜻의 줄임말로, 이 곳에서는 쓰레기도 엄연한 자원으로 보고 자원순환과 재활용법 등을 교육한다. 교육이나 전시 모두 ‘좋은 버림’이 ‘좋은 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생활 속 쓰레기 중 자원으로 순환할 수 있는 자재들을 안내한 전시물.

3층 강연장에서는 매달 주민과 직능단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날 강연 주제는 ‘쓰레기 대란으로 인한 기후위기’였다. 바르게살기위원회와 자원보호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수강생으로 참여했다. 송다슬 자원순환 환경강사는 쓰레기와 기후위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쓰레기 처리를 위한 매립·소각이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송 강사는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폭우가 내린 뒤에는 국민들이 차가 아닌 보트를 이용해 이동할 정도”라며 “이 때문에 최근 수도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간 수강생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강연장 분위기는 진지해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쓰레기연구소 ‘새롬’에서 그린리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새롬에서 ‘비우기’ ‘헹구기’ ‘분리하기’ ‘섞지않기’ 등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곳 한쪽 벽면에는 ‘당신의 쓰레기, 좋은 버림입니까’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강의를 들은 정경열씨는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구가 지난해 10월 쓰레기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3년 앞으로 다가온 수도권매립지 종료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지역 쓰레기 상당량이 수도권매립지로 가지만, 매립지가 있는 인천은 이를 2025년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4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시·도별 폐기물은 서울이 55%(8729만t)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기는 28.5%(4528만t), 인천은 16.5%(2613만t)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쓰레기연구소 ‘새롬’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 운영이 종료되면 수도권 각 지자체 스스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 준비가 잘 돼있지 않다”며 “서울에서도 각 자치구 스스로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뿐 아니라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쓰레기 처리 문제에 당면한 셈이다.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이제는 지자체들이 나서서 교육부터 실천까지 체계적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제로 웨이스트로 가려면 지자체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지자체 행정조직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쓰레기연구소처럼 주민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기구를 설립·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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