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위패 모신 ‘해동사’.. 항일 역사교육 장소로 탈바꿈

안중근 의사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전남 장흥군 장동면 해동사.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해동명월’이란 휘호가 현판에 걸려 있다(위쪽 사진). 장흥군은 해동사에 애국탐방로, 추모역사관, 추모공원 등을 조성하는 안중근 의사 역사문화자원 개발사업을 내년까지 마무리한다. 장흥군 제공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만수산 자락의 해동사(海東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1879∼1910)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1955년부터 해마다 안 의사가 순국한 날 추모 제향을 봉행하고 있다. 사당 앞에는 깃발 세 개가 365일 펄럭인다. 태극기와 장흥군기, 그리고 약지가 짧은 안 의사 손바닥 탁본기다. 해동사 문창살 아래는 태극 문양이 장식돼 있다. 제단의 위패 오른쪽 벽에 놓인 낡은 괘종시계는 바늘이 9시 30분에 멈춰 있다. 1909년 10월 26일 안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시각이 오전 9시 30분이다. 외진 산골의 사당이지만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배우려는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 이유다.

장흥군이 안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진하는 역사문화자원 개발이 결실을 맺고 있다. 사업의 첫 단추인 해동사 애국탐방로는 이달 중 완공된다.

● 안중근 의사 선양사업 탄력

장흥군은 총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안 의사 역사문화자원 개발 사업을 내년까지 마무리한다. 2만1000m² 터에 애국탐방로, 추모역사관, 추모공원, 주차장, 소공원 등을 조성하는 메모리얼 파크 사업이다.

애국탐방로는 마을에서 해동사에 이르는 800m 길이다. 폭 4∼5m였던 농로를 11m로 넓혀 왕복 2차로로 포장했다. 이달 26일 봉행하는 안 의사 112주기 추모제 전에 완공한다. 해동사 앞 주차장도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35대가 주차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추모역사관은 내년 6월 주차장 아래쪽에 개관할 예정이다. 안 의사가 활동했던 당시의 배경을 반영한 건축물에 독립투쟁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등 실감 콘텐츠로 내부를 채운다. 추모공원은 안 의사의 생애와 업적을 보여주는 시설물로 조성한다.

박승아 장흥군 관광개발팀 주무관은 “해동사가 안 의사를 모시는 국내 하나뿐인 사당이자 국내 최초 기념시설이라는 점에서 항일 역사교육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장흥에 들어설 기차역을 ‘하얼빈 역’으로 이름 짓는 등의 선양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열리는 안 의사 순국 112주기 추모제는 전통 제례를 시작으로 안 의사 유언 낭독, 분향 참배, 추모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된다. 연극단원들이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안 의사를 기리는 나라사랑 연날리기 행사가 이날 해동사와 탐진강변 등 전국 5곳에서 열린다.

● 나라사랑 정신 배우는 교육 공간

황해도 해주 출신인 안 의사의 위패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장흥에 모셔진 것은 1955년이다. 죽산 안씨 가문의 유림 안홍천 선생(1895∼1994)이 안 의사 제사를 지내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중을 설득했다. 순흥 안씨인 안 의사와 본관은 다르나 안 의사의 사당을 건립하고 제를 지내기로 했다. 안 선생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문중의 뜻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흔쾌히 ‘해동명월(海東明月)’이라는 친필 휘호를 써줬다. 휘호는 해동사 현판으로 걸려 있다.

그해 10월 27일 안 의사의 딸 현생 씨(1902∼1959)와 5촌 조카 춘생 씨(1912∼2011)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위패 봉안식에 전국 각지에서 1만여 명이 찾아 안 의사의 구국 혼을 기렸다.

해동사는 죽산 안씨 문중 사당인 만수사(萬壽祠) 아래에 따로 있다. 안 의사 90주기였던 2000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한 칸짜리였던 건물이 세 칸으로 넓어졌고 2017년 국가보훈처의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안원섭 죽산 안씨 제학공파 사인공종회 사무국장(67)은 “해동사를 안 의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는 충의교육장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장흥에는 안 의사를 기리는 동상도 있다. 안 의사 100주기인 2010년 해동사에서 34km 떨어진 관산읍 정남진 공원에 높이 4m의 안 의사 동상이 세워졌다. 정남진(正南津)이란 서울 광화문의 정남쪽에 있는 나루라는 의미다. 우연치 않게 안 의사의 거사가 성공한 하얼빈 역시 거의 같은 경도상에 위치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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