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감사원의 靑 인사권 제동 의미는? 尹 당선인에게 공 넘어가 [인수위 한걸음 더 보기]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감사원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 25일 감사위원 2명 인사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 갈등에 대해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된 경우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추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의 일방적 인사권 행사를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감사위원을 임명하려면 감사원이 제청하고 청와대가 이를 재가하는 형식인데, 청와대와 윤 당선인측의 협의가 없다면 첫 단계인 제청부터 안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감사원이 윤 당선인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속내는 복잡해집니다.

① 최재해 감사원장은 과연 친여(親더불어민주당)인가?

현재 감사위원 7명 중 2명이 공석입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측에게 각각 1명씩 임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죠. 감사원은 과반(4명)이 찬성해야 하는 구조여서, 4명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다. 윤 당선인측은 현재 5명 중 3명이 이미 친여(親더불어민주당) 성향이라고 밝혔습니다.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맥락을 보면 최재해 감사원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김인회 감사위원, 그리고 2017년 이낙연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임찬우 감사위원이 친여 성향으로 꼽힙니다. 반면 나머지 2명 감사위원(유희상, 조은석)은 각각 감사원 내부와 검찰 출신이란 이유로 친여 성향으로는 분류되지 않습니다. 이를 근거로 윤 당선인측은 “(청와대 제안처럼) 1명을 더 청와대 사람으로 임명할 경우 4명(과반)이 된다”고 말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 과반수를 차지하니,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감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 내부 출신 첫 감사원장으로 지난해 11월 임명됐습니다. 당시 국민의힘도 별다른 반대가 없었고 인사청문회 당일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됩니다. 근데 갑자기 친여 성향으로 분류가 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두고 일각선 ‘투서 이야기’를 합니다. 최재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지난해 10월 말,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가 취임 후 현직 청와대 비서관을 감사원 특정 직책에 임명하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청와대A비서관이 현재 공석인 감사원 00000(직책명)으로 내려왔다가 내년 3월 B 감사위원 후임으로 갈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죠. 그 주인공은 감사원 내부 출신이면서 이번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올해 1월 감사원 제2사무차장으로 임명된 이남구 차장입니다. 투서대로 일이 진행되고 청와대도 이 차장을 임명하려고 하니, 밖에서 보기엔 최 감사원장도 ‘친여’ 성향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 통과를 해줄때만 해도 감사원 첫 내부 출신 원장이면서 객관적·중립적 인사로 평가받던 최재해 감사원장이 갑자기 친여 성향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최 원장의 동의 하에 이번 감사원의 청와대 인사권에 대한 제동 건이 25일(금) 불거졌습니다. 최 원장이 정말 친여 성향이었다면, 청와대에 저렇게 표면적으로 반기를 들 수 있었을까?란 의문이 제기됩니다.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최 원장은 감사원 내부 출신 늘공이고, 늘공의 경우는 딱히 정치색이 없는 무색무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습니다.

② 공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넘어갔다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사실 최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새정부가 될 인수위원회와 코드를 맞춘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전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정권 교체기 땐 항상 비슷한 일이 일어나곤 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당시, 노무현 정부서 임명됐던 전윤철 감사원장은 공기업·혁신도시를 감사하며 이명박 정부의 시책에 부흥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서 박근혜 정부로 교체될 당시, 이명박 정부서 임명됐던 양건 감사원장은 4대강 감사를 하며 박근혜 정부와 발을 맞췄었죠. 이른바 ‘코드 감사’ 논란입니다.

임기가 3년 8개월이나 남은 최재해 감사원장도 문재인 정부서 임명된 인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늘공'(직업 공무원) 출신입니다. 늘공 출신은 보통 정치성향이 뚜렷하진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측의 근거가 다소 약해집니다. 그동안 “3명이 친여(친더불어민주당) 성향이니 1명이라도 청와대가 더 임명되면 친여가 과반이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3명 중 최재해 감사원장이 빠진다면 2명이 되죠. 그렇게 되면 청와대 제안대로 1명(이남구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임명한다고 하더라도, 친여(친민주당)쪽이 과반이 안됩니다. 즉, 감사원이 표면적으로 윤 당선인측 손을 들어줬지만, 또 한편으론 그 때문에 윤 당선인측의 “청와대 부당한 인사개입”의 근거가 약해지는 겁니다. 청와대 제안대로 1명씩 임명해도, 윤 당선인측 입장선 최재해 감사원장이 친여 성향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죠.

③ 과거 전례는? 이명박 정부 때는 노무현 청와대 인사권 존중

신용현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25일 기자 브리핑서 감사원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원일희 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25일 기자 브리핑서 “인수위와 새 정부의 협의를 토대로 정권교체기 때 감사위원이 임명된 건이 1건 있었따”고 말했습니다. 다름 아닌 이번처럼 진보정권서 보수정권으로 넘어간 이명박 인수위원회때의 일입니다. 당시 감사위원 공석은 1명이었는데 청와대(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의 양해를 얻고 김용민 감사위원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 김용민 위원은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경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을 지낸 인물이었죠. 당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새 감사위원(김용민 감사위원)은 이미 12월10일 임기가 만료돼 임명 절차를 진행해왔다”며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서 이명박 당선자 쪽에 이번 인사의 불가피성을 사전에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임기 말 고위직 인사를 자제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한 직후였지만, 감사위원 인사는 이명박 인수위원회 양해 하에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감사위원 구성도 봐봤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친여 성향의 사람은 경실련서 일한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이석형 감사위원과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던 전윤철 감사원장입니다. 나머지 감사위원은 늘공(감사원 내부출신 3명, 판사 출신 1명)이어서 별다른 민주당쪽과의 접점을 찾진 못했습니다. 이 논리대로 가면 이명박인수위원회가 ‘쿨하게’ 청와대의 김용민 감사위원 임명 건을 받아들인 것이 이해가 되긴 하죠.

하지만 이 잣대를 들이밀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뚜렷한 친여 성향은 민변 출신 김인회 위원 1명뿐이고, 최재해 감사원장은 내부출신이고 앞서 따져봤듯이 크게 민주당쪽으로 기운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친여 성향으로 지목된 임찬우 감사위원도 대구출신에다가 국무조정실에만 줄곧 있었던 늘공 출신이죠.

④ 文·尹, 서로 타협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미 승패가 갈린만큼 새로 들어온 권력에게 인사권을 주는 것이 선거 취지에 맞다”며 “기존 권력인 문재인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명권이 아직도 청와대에 있는 만큼, 양측이 협의하에 진행하는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 간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첨예한 상황이며, 결국 이를 풀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두 명뿐인듯 합니다.

합리적인 안이라고 한다면, 양측이 협의하면서 한 발씩 양보해 1명씩 감사위원을 임명하되, 투서에 지목된 인물(이남구 감사원 사무차장)을 청와대서 배제하는쪽으로 가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까요? 일각에선 청와대와 인수위원회가 강대강 대치를 보이는 것을 두고 ‘6월 지방선거’를 꼽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보니 타협보단 서로 정치싸움, 세(勢) 싸움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죠. 어른의 정치는 없고, 양측의 주장만 난무한 상황입니다. 이게 바로 2022년 현재 우리 정치의 상황입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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