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강용석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5% 흡수냐, 중도층 이탈이냐

[경향신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6ㆍ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왼쪽부터), 정의당 황순식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강용석 딜레마’에 빠졌다. 강용석 가로세로연구소(유튜브 채널) 소장이 6·1 지방선거 격전지인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지지율 싸움을 벌이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선 강 후보를 무작정 외면하기 어렵다. 강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 중도층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덜컥 손을 잡기도 쉽지 않다. 강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신에게 전화해 김은혜 후보와 함께 잘 싸우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혀 선거 개입 논란이 커지는 것도 국민의힘에겐 고민거리이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강 후보는 국민의힘이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강 후보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정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은혜·김동연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 각축을 벌이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강 후보는 또 TV토론회에서고정 멤버의 자리를 확정지었다. 케이블TV인 SK브로드밴드가 김은혜·김동연 두 후보만을 대상으로 TV토론회를 진행하려고 하자, 강 후보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지난 9일 수원지법은 강 후보 손을 들어줬다. 남은 TV토론회에서 강 후보를 빼놓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강 후보는 김은혜 후보에게 당적을 빼고 이름만 물어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단일화는 이전에도 거론됐지만, 강 후보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무게감도 달라졌다.

김은혜 후보 입장도 변했다. 김 후보는 16일 국회에서 공약 발표 후 기자들이 강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제가 당원,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여당의 후보다. 개인적으로 유불리를 계산하거나 홀로 결정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면서 “궁금증도 많고, 함께 힘을 합쳐 미완의 정권교체를 완성하라는 뜻도 잘 알고 있다. 지금 경기도민과 당원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언급 자체가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국민의힘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안 받을 것”이라면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개인 결단의 문제였듯이 지금은 강 후보의 개인 결단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강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어 오히려 김은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선거에 임박해선 강 후보 지지율이 더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 후보 지지율은 강성 보수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무조건 모른척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선거 개입 논란을 키우는 것도 부담이다. 강 후보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인일 때 ‘왜 김은혜 후보를 공격하나.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겠나’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명백한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황당무개한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날 경기도선관위에 윤 대통령과 강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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