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박지현,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 하게 된 진짜 이유는 [정치쫌!]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던 중 땀을 닦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불과 석달 전 ‘이재명의 픽(pick)’으로 불리던 정치 신인 박지현(26)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왜 이재명 의원과 ‘정치적 결별’을 선택했을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애초 서로에게 기대하던 바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 입장에선 자신이 추천·설득해 비대위원장이 된 박 전 위원장이 ‘정치적 보조’를 맞춰주길 내심 기대했던 반면,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의 힘으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했기에 ‘이재명의 정치적 대리인’에 그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사건

박 전 위원장이 그간 꾸준히 설명해온 결별의 표면적 이유는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사건 징계 국면 당시 이 의원의 달라진 태도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앞 정문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의원과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대선 캠프에 들어왔을 때 이재명 의원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마디 행동으로 성폭력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강욱 의원 사건 때 제 발언을 막는 걸 보고 약속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의견이 안 맞았다” 답했다.

박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일 CBS라디오에서도 이 의원이 달라졌다면서 “(이 의원이)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몇 번이고 저와 약속을 했는데 비대위원장 시절에 박완주 의원 제명 건이나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서 거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게 온정주의라고 생각했다. 이런 당 내 온정주의를 반성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미래가 없겠다, 이걸 정말 끊어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아직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이슈마다 李 지지층과 부딪혔던 박지현

박 전 위원장은 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n번방 사건’을 파헤친 추적단불꽃 활동가 출신이다. 성범죄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의 온정주의도 거부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최강욱 의원 징계, 박완주 의원 제명 건 등이 벌어지기 전부터였다. 박 전 위원장이 주요 이슈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패배 책임자(송영길 전 대표 및 박주민 의원 등)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비판하는가 하면, 정경심 교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이후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재차 사과를 요구해 지지층의 분노를 샀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처리에 쓴소리를 내면서 강성 지지층의 비난은 더욱 커져갔고, 여기에 박완주·최강욱 의원 사건에 대한 엄중 대처가 이어지면서 지지층이 폭발한 것이다. 중도 노선의 당원·국민들에게는 박수를 받았지만, 대선 패배 후 오히려 더 민주당을 흔들던 강성 지지층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태도였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문자폭탄이 쏟아졌고, 이 의원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당에서 나가라”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급기야 이 의원의 2030 여성 지지층을 가리키는 ‘개딸(개혁의 딸)’ 100여 명이 당사 앞에서 사퇴 촉구 집회까지 여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의원으로서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들이 강하게 성토하는 박 전 위원장을 더이상 감싸주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비대위원장 추천 놓고 동상이몽…’예견된 결별’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순간부터 애초 서로를 향해 원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에 예견된 결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불과 26세에 정치 경력이 전무한 박 전 위원장이 국내 의전서열 7위인 당시 여당(민주당)의 공동대표(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은 것은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간판을 완전히 새로운 젊은 인물로 바꿔 다는 동시에, 외부인의 시선으로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내심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고심하던 박 전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1시간 가까이 설득했다. ‘박지현은 이재명의 픽’, ‘박지현 뒤에 이재명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및 정치적 행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신변의 위협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20·30세대 여성들의 막판 지지를 이 후보에게 끌어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정치적 후원자의 ‘은혜’를 받아 ‘깜짝 발탁’돼왔던 기존 청년 정치 지망생들과는 다르다.

즉, 자신은 대선 때 세운 ‘공’을 인정받아 민주당을 쇄신하라고 비대위원장에 추천된 것이지, 이 의원과 정치적 궤를 같이 해야 할 정도의 ‘빚’을 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은 사실상 자신의 영향력 하에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에 앉힌 만큼 어느정도 뜻대로 움직여주길 바랐을 텐데,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선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동상이몽의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문 앞 출마 선언에서 “더 많은 ‘박지현’이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불행한 미래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제가 돌을 맞을지언정 앞장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badhoney@heraldcorp.com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