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핵에는 핵’ 바이든 방한서 초강경 메시지.. 이젠 北이 답할 차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서 ‘핵’을 처음 명시했다. 현재 제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을 향해 ‘핵에는 핵’이란 초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회담 뒤 공동 회견에선 “‘안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한미) 공동의 인식 아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굳건한 대한(對韓) 방위 및 실질적인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확장억제’란 미국 측에서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본토 위협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개념이다.

한미 군 당국은 그간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연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 확장억제에 관한 표현들을 담아왔지만,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이 같은 표현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경우 핵과 관련한 표현 없이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핵’ 표현이 명시된 건 최근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한의 도발위협 수위가 고조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총 16차례(실패 1차례 포함)에 걸쳐 각종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북한은 미 정부가 도발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간주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4년여 만에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 핵이 전쟁 방지란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순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소재 공군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의 격려사를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전문가들은 한미정상의 이번 공동성명이 ‘핵’ 관련 표현이 담긴 건 우리 측 요청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23일 CBS라디오에 출연, “핵은 핵으로밖에 막을 수 없다”며 “(이번 공동성명의) 청중은 평양의 김정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정상들은 이번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공동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빈틈없는 공조를 더욱 강화해가기로 했다”며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방한 마지막날인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난 뒤 회견에서 ‘북한 김 총비서에게 전할 메시지’에 대한 질문에 “안녕하세요(Hello)”로 답한 뒤 수 초간 침묵하다 “끝(Period)”이라고 해 비핵화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젠 북한이 답할 차례’란 뜻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낳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한다는 입장은 재확인했으나,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단 지적도 나온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는 더 강한 인도적 지원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대화로) 나올 태세가 아니다”며 “결국 한반도 위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그간 남북 또는 북미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 측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일축해왔다.

북한의 요구사항엔 한미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정상화’하기로 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이 포함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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