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맞은 의료현장.. 동네병원 마비·감기약 품귀·장례식장 만원

17일 오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목포 주민인 김모(47)씨는 17일 통화에서 전날 겪은 일 때문에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39도의 고열에 시달렸지만 응급실에 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며 “확진자가 많아 병상이 없다느니, 코로나19 증세와 비슷해 받을 수 없다느니 해서 목포는 물론 인근 지역 어떤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아이 입원을 포기한 김씨는 “아무리 야간이지만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은 갖춰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폭증하면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동네 병·의원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인파와 일반진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한데 뒤섞여 붐볐다.

이날 울산 남구 야음동의 한 소아청소년과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진료를 받으려는 소아·청소년보다 검사와 백신접종, 가족의 코로나19 처방전을 받아가려는 성인이 더 많았다.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부족해 검사가 중단되는 병원도 나왔다.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등의 약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대전 중구에선 지난 주 평균 1000건의 확진자 통보에서 14일 이후 1900건으로 90% 늘었다. 대전시 한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매일 2000건 이상 역학조사를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 초 간호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선별진료소 등 확진자 담당 업무를 맡는 곳에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꽉 찬 화장시설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선 17일 경기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화성=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맞물려 사망자도 늘면서 장례식장과 영안실, 화장장 등 일선 장례 현장에서는 사망 후 며칠 내에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기 순서가 밀리고 있다. 가족이 숨진 슬픔을 가누기도 힘든 판에 장례도 쉽지 않아 지치는 유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도 빈소 14곳이 모두 차 있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전체 고인 중 대략 30∼40%는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신을 총 18구 모실 수 있는 안치실도 다 차 있어서 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줄이 길어서 장례가 끝난 뒤에도 며칠씩 대기하다가 화장장으로 가기도 한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의 서울시립승화원의 경우 최근 화장로를 2배 확대 운영하고 있지만 18일까지 모든 예약이 끝났다. 연화장(수원)과 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성남), 평온의 숲(용인), 함백산추모공원(화성)도 이번주 중 예약은 모두 마감됐다.

교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학생은 물론 교원확진자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36)는 “교사 확진자가 나오면 다른 교사가, 또 안 되면 교장·교감까지 나서 수업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버티다 결국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며 “보결(결원이 생겼을 경우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보충하는 일)과 코로나19 관련 보고까지 챙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울산·목포·대전·고양=이보람·한현묵·강은선·송동근 기자,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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