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시청률.. 체면 구긴 ‘예능프로 3인방’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소녀시대’. 모처럼 지난 5일부터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 ‘소시탐탐’을 통해 8명 멤버 전원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인 소녀시대 완전체 출연이나 시청자 반응은 시들하다. 무려 4억원을 상금으로 내건 ‘입주쟁탈전 펜트하우스(펜트하우스)’도 시청률에 비상이 걸렸다. 골프 예능 프로그램 시장에서도 ‘전설끼리 홀인원(홀인원)’이 쓴맛을 단단히 보고 있다.

소녀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소시탐탐’, 4억원이라는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입주쟁탈전 펜트하우스’, 축구와 농구 레전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전설끼리 홀인원’이 시청률 1%를 넘지 못하며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각 방송사 제공
◆중구난방 ‘소시탐탐’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소녀시대 완전체 출연에도 JTBC ‘소시탐탐’이 흥행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예상 밖이다. 그동안 소녀시대는 ‘채널소시’, ‘소녀포레스트’ 등 단독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해당 프로그램은 20대 핫 키워드를 소개하거나 아름답고 멋진 곳을 여행하는 등 일정한 콘셉트를 선보여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소시탐탐’은 중구난방이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파티를 열고, 여행을 떠나고, 장을 보고, 밥을 먹고, 농촌 일을 한다. 오프로드 루지를 타는 등 액티비티도 즐긴다.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도 한다. 제작진은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녀시대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프로그램 정보에서도 ‘리얼리티, 토크쇼, 게임쇼, 쿡방, 다큐, 버라이어티까지! 장르 불문! 소녀시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뒤집히게 웃기고, 찐~하게 감동적이기까지 한 탐나는 방송!’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됐다. 팬들에게는 성숙한 소녀시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잘 와닿지 않았다. 그저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다 섞어 놓은 잡탕’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1회 1.2%(닐슨코리아 기준)였던 평균 시청률은 2회 1.0, 3회 0.9%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9년 방송된 선배 걸그룹 ‘핑클’이 데뷔 21주년을 맞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예능 JTBC ‘캠핑클럽’이 최고 시청률 4.7%, 최저 시청률 2.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너무 많아진 머니 게임 ‘펜트하우스’

채널A가 지난 12일부터 방영 중인 ‘펜트하우스’도 시청률 고전 중이다. 1회 0.7%로 시작한 평균 시청률은 2회에서 오히려 0.1%포인트 낮아져 0.6%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은 총상금 4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경쟁하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배우 김보성과 이루안, 팝아티스트 낸시 랭, 래퍼 서출구 등 8명이 출연한다. 진행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했던 배우 겸 가수 유진이 맡았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흥미와 긴장감을 주기 위한 요소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충북 단양에 있는 5층 구조 폐건물을 사들여 층별로 방 구조를 다르게 리모델링했다. 예컨대 최상층인 5층에는 펜트하우스로 40평(132㎡) 규모에 최고급 가구와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반면 1층에는 3평(9.9㎡)에 나무 의자와 양은밥상만 놓았다. 참가자들은 매일 진행되는 게임에서 1위를 하면 펜트하우스를 차지할 수 있다.

게임 등수는 숙박 장소 차별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 지급되는 상금 3000만원과 음식 우선 취득권도 등수에 따라 결정된다. 1등부터 차례대로 원하는 만큼 상금과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예컨대 1등은 3000만원과 음식을 다 차지하거나 일부만 가져갈 수 있다. 남는 돈은 역시 2등, 3등이 순서대로 마음껏 가져간다. 꼴찌에겐 상금과 음식이 전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참가자들도 빚 탕감, 사업 자금 등 모두 돈과 관련된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예능과 색다른 ‘리얼 머니 게임’이다.

이러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시청자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해당 장르 예능이 ‘너무 많다’고 할 정도로 방영 중이기 때문이다. 층별로 다른 권력을 준다는 콘셉트도 더는 신선하지 않다. 2019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에서 이미 사용됐다.

◆출연자 재탕에 삼탕 ‘홀인원’

‘펜트하우스’처럼 엇비슷한 콘셉트를 사용해 시청자에게 외면받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다. 골프 예능 ‘전설끼리 홀인원(홀인원)’이다. 최근 방영에서 ‘홀인원’은 MBC(20일)와 MBC every1·SPORTS+(19일)까지 3개 채널로 선보였다. 하지만 시청률이 MBC 0.9%, MBC every1 0.7%로 1%를 넘지 못했다. 최근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골프’ 예능이고 안정환·이동국·조원희와 허재·현주엽·문경은이라는 ‘축구·농구 레전드 스타’가 출연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시청률이다.

이유로는 결국 ‘식상함’이 꼽힌다. 우선 출연진만 살펴봐도 안정환, 허재, 현주엽, 이동국, 김성주는 이미 JTBC ‘뭉쳐야 쏜다’에서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더욱이 김성주·안정환 콤비는 이미 수차례 방송에 함께 나와서 시청자 입장에선 기시감을 느낄 정도다.

방송가에서 ‘골프’를 다루는 스포츠 예능이 너무 많다는 점도 원인이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방송됐던, 또는 방송 중인 골프 예능은 SBS ‘편먹고 공치리 시즌1·2·3’, TV조선 ‘골프왕1·2·3’, JTBC ‘세리머니 클럽’, iHQ ‘내 이름은 캐디’, 더라이프 ‘내일은 영웅 깐부 with 박세리’·‘박세리의 내일은 영웅 – 꿈을 향해 스윙하라’, 티빙 ‘골신강림’ 등 나열하기 숨찰 지경이다.

◆시청률 고전은 ‘모방의 비극’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고전에 대해 ‘모방의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시탐탐’, ‘펜트하우스’, ‘홀인원’까지 모두 전작들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친 예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소시탐탐’은 핑클이 여행을 떠난 ‘캠핑클럽’과 내용이나 콘셉트에서 많이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머지 두 개 프로그램도 서바이벌 게임과 골프로 이미 방송에서 자주 다뤘던 소재”라며 “안정환이나 허재 등 출연진도 다른 프로그램에 많이 나와 시청자에게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흔한 소재, 익숙한 출연자가 나왔기 때문에 무조건 시청자가 외면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 진행이나 연출 등에 매력이 있다면 시청자는 식상함 대신 친숙하거나 새롭게 여기며 해당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김 평론가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6일부터 방송 중인 JTBC ‘최강야구’를 지목했다. 이승엽, 정성훈, 정근우, 송승준, 심수창, 유희관 등 레전드로 불렸던 은퇴 프로 야구 선수들이 팀을 만들어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 팀과 대결을 펼치는 스포츠 예능이다. 출연자와 프로그램 설명만 들으면 이미 어디선가 방영 중인 프로그램 같다. 하지만 내용은 참신하다.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듯 매회 박진감이 넘치고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덕분에 시청률은 2%대를 순항 중이다.

김 평론가는 “‘최강야구’는 프로 선수들이 자신의 주종목에서 경기를 펼쳐 실제 프로 경기를 보듯 다이내믹함을 느낄 수 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며 “출연 선수들도 다른 프로그램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 시청자에게 신선하다”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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