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고용노동부, 58회시험 특정감사결과 공개
출제위원 규정, 난이도 조정 위반·미흡 판단
세법학 1부 문제 4번 문항 3에 한해 재채점
응시생들 반발 “일부 재채점, 불공정 초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고용노동부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과 관련해 채점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재채점 조치를 내렸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1월14일까지 실시한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탈락한 수험생 다수가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세무사 자격시험은 1·2차로 나뉘는데, 2차 시험의 경우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 중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게 된다.
지난해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았는데, 이는 최근 5년간 해당 과목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면제받았는데,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이 전체의 33.6%인 237명을 차지하며 공무원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일반 수험생 일부는 합격 기준인 60점을 넘기고도 과락으로 불합격 결과를 받으면서 시험 출제 및 채점과정에 공단의 재량권이 남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감사에서 고용부는 최종 합격을 결정하는 시험 시행계획 수립, 출제·채점위원 선정, 문제 출제 및 답안 채점 실시 등과 관련해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살폈다.
또 논란이 된 세법학 1부 문제에 대한 채점의 적정성과 시험 난이도, 채점 조작, 문제 사전유출 등 의혹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고용부는 채점의 일관성과 난이도 조정 과정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답안 채점분야에서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3번 문항의 경우 채점 위원이 동일한 답안 내용에 점수를 달리 부여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채점 진행 단계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출제위원 선정 시 자격담당자가 전산 선정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는 등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도 발견됐다.
고용부는 난이도와 관련해서도 2차 시험 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난이도와 실질난이도가 일치하지 않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외 제기된 난이도 및 채점 조작, 국세청 관계자의 개입 등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 법을 어긴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용부는 “출제위원 간 난이도 점검을 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난이도를 조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모든 출제위원이 공모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부는 채점에 문제가 발생한 세법학 1부 4번의 3번 문항에 대해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도록 공단 측에 권고했으며, 출제위원 위촉 규정을 어긴 담당자를 포함한 상급자 총 6명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다만 실제 문제를 출제한 출제·채점위원들에 대해서는 별도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들 다수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인 상황이고, 고용부 역시 이에 대해서는 산업인력공단 측이 결정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재채점으로 인해 추가 합격자가 나오거나 합격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이와 관련 고용부는 “공단 측이 재채점을 한 뒤 합격자 규모가 바뀔 경우 국세청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며 “고용부 권한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추후 숙련위원과 비숙련위원이 적절히 위촉될 수 있도록 출제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문제 출제 시 난이도 검토 기능을 강화토록 공단 측에 요구했다.
채점 방법도 2인 이상이 함께 채점해 점수를 산정토록 방식을 개선하고, 채점 완료 전 과정상 문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검토 프로세스를 마련토록 권고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공단 측에 ‘기관 경고’ 조치를 내리고, 세무사 시험이 수입 대비 지출이 커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험의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절차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소관부처와 협의토록 통보했다.
고용부 조치와 관련해 공단은 2개월 이내에 이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세무사 시험과 같이 일반 국민과 해당 업무 경력자가 경쟁하는 국가전문자격시험에서는 출제와 채점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해 불공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부 감사 결과를 두고 응시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한동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무사 수험생들로 구성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부 문항 또는 일부 탈락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채점 및 구제 방안 선정은 더 큰 불공정을 낳을 뿐”이라며 “82%란 과도한 과락률이 나온 세법학 1부 전체 문제를 전수 재채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시연 측은 5일 공단 측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공단 서울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해 집단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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