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매미|pixabay@tooru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밤마다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괴로웠던 경험이 있다. 주광성 곤충인 매미는 낮에 울고 밤에 울음을 그치지만, 유독 도시의 매미는 늦은 밤까지 울어댄다. 이처럼 매미가 늦은 밤까지 우는 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조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야간조명이 밤을 밝히면 매미들 역시 잠들지 못하고 울어댄다는 것이다.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7~9월 서울 아파트 단지 3곳, 상업시설, 도시공원 등 5곳의 매미 울음소리 소음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나치게 밝은 야간조명 영향으로 사람뿐 아니라 매미도 잠들지 못하고 떼로 합창하거나 더 오래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매미에 관한 각종 연구는 이뤄졌지만 환경문제 생물종이라는 관점에서의 서울시 자체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활동기(짝짓기) 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2.7데시벨(dB)로, 자동차 소음(67.8dB)보다 높다. 심한 경우 사람 간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연구원이 조사한 서울 강남구 A아파트의 경우 평상시 소음도는 47.6~53.8dB이지만, 매미 활동기에는 55.1~70.9dB로 소음도가 높아졌다. 활동기 소음도가 평상시보다 14.2~31.8%까지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열대야와 야간조명과 같은 인간 활동에 따른 환경요인이 매미 울음소리 소음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도심 열섬효과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단지는 열대야 기간 소음도가 비열대야 기간에 비해 8~10% 높았다. 반면 녹지가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서초문화예술공원 등 도시공원의 소음도는 비열대야 기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시민들이 여의도 물빛공원을 찾은 모습. 늦은 밤이지만 주변 아파트 조명으로 낮처럼 환하다. 강윤중 기자
빛의 자극에 반응해 활동하는 성질(주광성)이 있는 말매미나 참매미 등의 소음도는 거주지와 상업지역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주거지역인 A·B·C아파트의 매미는 오전 5시 전후로 울기 시작해 오후 8시 전후 울음을 멈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잠실역사거리의 소음도는 오전 9시쯤 높아져 낮 12시쯤 최고 소음도를 보이고, 오후 11시가 돼야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기간 잠실역사거리의 조도는 보안등, 장식조명 등으로 58.2~411.9Lux(럭스·조도의 단위)까지 환했다.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조명이 밝은 B아파트의 조도 11~66.5Lux보다 6배 이상 밝은 셈이다. 연구원 측은 “야간에 발생하는 매미소음은 통상 참매미 울음소리인 경우가 많지만 잠실역사거리의 경우 야간에도 대낮처럼 과도하게 밝은 인공조명 때문에 말매미 소음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매미 울음소리를 줄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목 교체를 제안했다. 말매미나 참매미가 주로 서식하는 양버즘나무나 벚나무 등 활엽수를 침엽수인 잣나무·전나무·소나무 또는 과실수로 교체하거나 혼용식재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매미 서식지가 적어져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미의 천적인 조류, 청설모 등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도 제안했다. 지나치게 밝은 야간조명을 친환경 조명으로 교체하거나 광량을 조절해 매미 울음소리를 방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기후변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특정 매미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매미 울음소리로 인한 시민 불편이 우려돼 실시한 실태조사”라면서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녹지 공간 조성 및 확충 등 시민과 곤충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