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최근 중형 세단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는 많지 않다. 30여년 전 자동차 보급대수가 수백만대에 불과했을 때는 크고 힘 좋은 중형 세단을 소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동차 보급대수가 2400만대를 넘어선 현재는 그저 ‘특색 없는 차’로 여겨질 뿐이다. 크기가 엇비슷해진 준중형 세단은 훨씬 경제적인 데다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준대형 세단도 구입할 수 있다. SUV(승용형 다목적차)로 눈을 돌리면 선택지는 대폭 늘어난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핵심 라인업으로 꼽히는 만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자동차회사들은 중형 세단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 어떻게 대응할까 살펴봤다.
한 때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국산 ‘중형 세단’이 찬밥 신세다. 아래로는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에 치이고 위로는 그랜저·K8 등 준대형 세단에 고전하는 데다 최근 몇 년 새 불어닥친 SUV의 인기로 국산 중형 세단은 점차 존재감을 잃는 분위기다. 갈수록 국산 중형 세단 판매량이 하락하는 가운데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등 가격을 낮춘 수입 중형세단도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천덕꾸러기가 된 국산 중형 세단은 위기를 딛고 반전의 날개짓을 펼 수 있을까.
택시 이미지 벗고 고급으로… 전략 바꾼 쏘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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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형 세단의 대표주자는 30년 장수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다. 쏘나타는 ‘형님’인 그랜저와 함께 그동안 대표적인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다.
쏘나타는 1~3부터 EF·NF·YF·LF에 이어 최신형인 DN8까지 무려 8세대로 거듭나며 국내 소비자의 오랜 사랑을 받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기대가 큰 차종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내 자동차시장에는 다양한 차급의 자동차가 출시됐고 소비자의 입맛 역시 까다로워져 쏘나타의 인기는 시들었다.
이후 전혀 다른 느낌의 LF쏘타나가 나왔지만 반대로 너무 점잖다는 평을 받았고 당시 쏘나타 신형을 출시하기까지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형님인 그랜저의 영역을 넓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8년 기준 쏘나타 판매량 절반은 택시였다.
당시 현대차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면서 고급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이때 출시된 그랜저(IG)는 월 판매 1만대를 넘기며 단숨에 베스트셀링카로 올라섰다.
차종 다양화… 지속되는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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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상징이자 패밀리카로 사랑받던 중형 세단이 고전하는 현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세단 판매(국토교통부 등록 기준) 1위는 14만6923대가 팔린 현대차의 그랜저, 2위는 8만7357대가 나간 현대차 아반떼, 3위는 8만5589대가 팔린 기아의 K5다.
쏘나타는 SUV 쏘렌토에 밀린 5위에 올랐으며 판매량은 6만8509대로 전년(9만9503대)보다 31.1%(3만994대↓)나 감소했다. 쏘나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며 이미 예년의 영광이 지워진지 오래다.
실제로 최근 3년(2019년~2021년 1~9월) 동안 국내 주요 중형 세단 판매량을 살펴보면 쏘나타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중형 세단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올해(1~9월)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는 ▲쏘나타 4만5433대 ▲K5 5만100대 ▲말리부 2387대 ▲SM6 1992대로 총 9만9912대가 팔려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부진하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급별 다양한 모델이 소비자를 공략하는 가운데 친환경차까지 등장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갈수록 더 넓어진 탓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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