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잠식된 故전미선..’김탁구’·’해품달’ 연기는 영원히

[OSEN=박소영 기자] 연극 공연을 앞두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돌연 세상을 등졌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던 걸까. 그 아픔을 몰라준 남은 이들에게는 더욱 상처가 된 이름, 배우 전미선이다.

1970년 생인 전미선은 전라북도 전주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토지’, ‘야망의 세월’, ‘여명의 눈동자’, ‘전설의 고향’, ‘태조 왕건’, ‘인어아가씨’, ‘야인시대’, ‘황진이’, ‘에덴의 동쪽’, ‘그저 바라보다가’ 등에서 명품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제빵왕 김탁구’ 덕에 오래도록 ‘김탁구 엄마’로 불렸으며 ‘오작교 형제들’, ‘해를 품은 달’, ‘후아유 학교 2015’, ‘응답하라 1988’, ‘육룡이 나르샤’, ‘구르미 그린 달빛’, ‘시카고 타자기’, ‘위대한 유혹자’,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등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크린에서도 빛났다.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시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번지점프를 하다’, ‘살인의 추억’, ‘연애’, ‘마더’, ‘숨바꼭질’, ‘위대한 소원’ 등 장르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무대 연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2009년 연극 ‘봄에는 자살금지’, ‘친정엄마와 2박3일’로 관객들을 만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특히 ‘친정엄마와 2박3일’로는 배우 강부자와 함께 지난 2019년 2월부터 투어 공연을 다녔다. 

그러던 2019년 6월 29일 오전 11시 45분쯤 전미선은 전북 전주의 한 호텔 객실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2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관계자들과 팬들, 가족들의 충격은 배 이상이었다.

지난해 강부자는 KBS 1TV ‘아침마당’에 나와 “10년간 전미선과 같이 ‘친정엄마와 2박3일’ 연극을 했다. 딸과 엄마로 10년을 같이 살았다. 센스 있고 착하고 정열적이고 예쁘고 좋은 배우였는데 어쩌다 그렇게 우리랑 다른 세상을 갔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그는 “전주 공연 갔을 때 저녁 먹고 소주 한 잔씩 했다. 2차 가자고 하더라. 난 안 가고 3차까지 갔다 와서 그랬다더라. 그날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밥 먹으러 안 나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10년을 같이 했으니 딸보다 더 딸 같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인을 삼킨 건 우울증이었다. 평소에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터라 생전 그가 어떤 아픔을 지닌 채 살아냈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 다만 고인이 남긴 명품 연기와 작품만이 영원히 빛날 터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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