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던 강수연, 후배에 힘 실어주고 하늘의 별이 되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 7일 오후 3시 눈을 감았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한 뒤 반세기 넘게 충무로 현장을 누비며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했다.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 등으로 하이틴 스타로 성장한 그는 ‘고래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을 히트시키며 흥행배우 반열에 올랐다.

특히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하며 한류의 초석을 닦았다.

1990년대에는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등 수많은 흥행작에 출연했으며,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에 출연하며 여성영화의 존재감도 키웠다.

영화산업의 최전선에도 앞장섰다.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머리끈을 메고 거리에 나섰다. 2015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문화행정가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그는 베테랑 배우로 후배들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2015년 7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예전에 술자리에서 강수연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영화인들이 풀이 죽어 있으니까 답답하셨나보다. 자리에서 읽어나시더니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의 속어)가 없냐’라고 하시면서 힘을 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제 마음에 확 박혀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멋지게 소화한 바 있다.

한국영화의 발전에 헌신하고, 후배들에 용기를 심어줬던 고인은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를 유작으로 남기고 결국 스크린을 떠났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예쁜 할머니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수연의 영화와 영화에 대한 사랑은 팬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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