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국내 최고령’ 방송인 송해(95)가 34년간 진행해온 KBS ‘전국노래자랑’을 떠날 예정이다. KBS는 17일 스포츠서울에 “송해가 최근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에게 ‘건강에 자신이 없다.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며 하차 의사를 전해왔다”며 ”제작진이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시청자 공 모씨는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하차 소식을 듣는 순간 정말 놀랐고 아쉽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전국노래자랑’ 하면 떠오르는 분이 바로 송해 선생님이셔서 그렇겠지”라며 “부디 빠른 쾌차를 빌며, 오랜 기간 선생님 덕에 많은 시청자들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적었다. 박 모씨는 “전국노래자랑의 영원한 ‘오빠’ 송해 선생님의 하차는 안 된다. 송해 선생님이 진행하지 않는 ‘전국노래자랑’은 더이상 ‘전국노래자랑’이지 않을 것 같다”고 남겼다.
42년간 방송된 프로그램인 만큼 화제의 출연자도 숱하게 나왔다. 전남 함평군에 사는 한 양봉업자는 벌을 온 몸에 붙이고 나와 트로트를 불렀다. 자신을 “랩을 사랑하는 흰머리 소녀”라고 밝힌 69세 한 참가자는 고령에도 10대 못지않은 랩 실력을 선보였다. 60대 부녀회장은 무대위에서 물구나무를 서서 노래를 불렀다.
‘전국노래자랑’은 수많은 스타의 산실이기도 했다. ‘트로트 황제’ 임영웅은 2016년 경기도 포천시 편에 등장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찬또배기’ 이찬원은 2019년 상주시 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정동원은 2018년 경남 함양군 편에 출연해 화려한 색소폰 연주와 노래실력을 선보였다.‘미스트롯’ TOP6의 데뷔 전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만큼 송해의 비중은 ‘전국노래자랑’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구수한 입담과 너스레로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송해만의 진행 실력은 ‘전국노래자랑’이 수십년간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있는 비결이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송해 씨가 ‘전국노래자랑’을 수십년 동안 진행했기 때문에 ‘전국노래자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살아있는 상징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송해와 ‘전국노래자랑’이 분리가 되지 않아 그의 하차 소식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출연자와 애청자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송해를 ‘오빠’라 부른다.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활동하는 그의 소탈함과 친근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는 조만간 ‘전국노래자랑’ 후임MC를 발표할 예정이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