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빠따’ 맞은 주가”..한화그룹 주주들, 왜 김승연 회장에 뿔났나

“주가가 ‘빠따'(배트)를 맞았다.” (3일 한화그룹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 중)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소액주주모임과 한국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은 4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들은 지난달 14일을 시작으로 15일, 28일까지 세 차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왜 직접 주주행동주의를 시작했을까.

10년간 주가 ‘제자리걸음’…문제는 실적이 아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한화는 전 거래일 보다 1200원(4.25%) 오른 2만9450원에 마감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10년간의 주가 추이를 보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년 내 고점이던 5만1800원(2017년 8월 22일)에 비해선 반토막 수준이다. 역대 최고 주가인 9만1400원(2007년 10월26일)에 비해선 ‘3분의 1’토막 났다.

한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2조8361억원(+3.75%, 이하 전년 대비), 영업이익 2조9279억원(+89.02%), 당기순이익 2조1621억원(+205.6%)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익은 역대 최고치에 해당하며 3년 연속 매출 50조원대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견고한 호실적과 재계 7위 반열에 오른 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 PER(주가수익비율)은 3.07,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4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한화 주가가 초저평가된 상황인데도 주가 반등을 위한 사측의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실적이 계속 성장하는데도 시가총액(3일 기준 2조2075억원)은 겨우 영업이익 수준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캐리커쳐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한화 소액주주들은 주가 저평가가 기업 자체의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김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그룹 내 보유 지분을 늘려오고 있는데 이같은 재벌 일가의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 별도로 김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이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해 경영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집단에너지사업 등을 영위하는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한다. 김동관 사장이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지분율을 최근 9.3%까지 확대했다. 이는 김승연 회장(22.65%) 다음으로 높다.

한화그룹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승계 이슈로 인해 주가가 하염없이 눌리고 있다”며 “추후 오너 일가가 소유한 기업(한화에너지)이 설사 한화와 합병되더라도 과연 합병비율이 과연 제대로 산정될지도 의문이다. 사주 일가에게 유리하게 될 텐데 주가가 우상향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승계’ 친화적인 그룹”?…김 회장 자택 앞 집회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한화그룹 소액주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한화 종목토론방과 소액주주 2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선 “기업이 성장해도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기는커녕 사주 일가의 승계 작업과 자식들 배불리기에 몰두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주들은 오는 4일 열리는 집회 이후에는 한주 간 재정비 기간을 가진 뒤 향후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사측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 한화가 수주한 해외 사업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해외 거래처 등 유관기관에 사주 일가의 행태를 고발하는 서신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이와관련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집회라는 건 자유의사 표현이고 주주분들의 목소리”라며 “앞으로 주주분들이 내시는 의견을 취합해 검토할 생각인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주사 저평가 문제는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지주사들도 겪는 문제”라며 “(주)한화의 경우 배당성향도 높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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