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유니콘 기업들 ‘재택 업그레이드’

“사무실 나오지 마세요.”, “휴양지에서 일해도 됩니다.”, “꼭 필요하면 근처 거점 오피스를 활용하세요.”…코로나19 이후 일을 하는 공간으로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없애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선 정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시간 동안 동료들과 옥신각신 업무를 해나가는 것은 점차 과거의 모습이 되고 있다. 종래의 근무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효율성만 높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주요 방향이다. 이 변화는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급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발전시켜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갑작스럽게 시행했던 재택근무가 아니라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근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화 한 곳은 야놀자와 티몬이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은 올 7월초부터 업무의 물리적 공간 제약을 없앤 ‘스마트&리모트 워크’를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티몬은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신사동 가로수길 신사중학교 앞 신축건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본사 사무실은 스튜디오와 회의, 고객 미팅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잠실과 성수, 을지로 등에 거점 오피스를 두고 업무 접근성을 높이면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업무 환경도 준비하고 있다. 제주, 부산, 남해 등에서 운영하는 ‘워케이션’ 근무 프로그램도 이달부터 시행한다. 최대 5일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하면 9일을 현지에서 머물며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놀자는 따로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상시 원격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직원들이 사무실,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중 선호하는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근무 환경 조성이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서 서울 강서권역과 경기 성남 분당에 거점오피스도 마련했다.

배달의민족(배민), 당근마켓 등도 코로나19 상황과 관계 없이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주 2일 원격근무가 가능한 재택근무 제도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또 배민은 올해부터 주3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월요일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일한다. 나머지 요일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가 근무 시간이다.

당근마켓은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근무시간을 회사가 아닌 각 개인이 스스로 관리해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업무 시작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원활한 협업을 위해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를 ‘코어타임’으로 설정해 팀간 업무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게 했다. 위메프도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주 2회의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개발자들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인 유니콘 기업의 조직 구성 특성상 다시 사무실 근무 체제로 돌아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효율성 중시하는 방향으로 근무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협업툴을 활용한 업무 방식이 익숙해졌다는 점도 이들 기업이 근무방식 혁신에 나선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근무제가 일상화되면서 유니콘급의 기업들은 직원들의 편의와 업무 효율을 동시에 제고하는 데 집중해 유연한 근무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근무지의 제약을 없애는 것은 생산성 향상은 물론 근무 만족도와도 직결돼 이들 기업 최우선 과제인 다양한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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