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천국 대신 이 치킨 만든 곳 보내주세요” BBQ 셰프가 영국서 ‘엄지 척’ 받은 사연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의 한 고등학교에서 제네시스BBQ의 셰프가 영국 학생들에게 제공할 한국 치킨을 조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영국 학생들에게 한국 치킨의 맛을 소개하기 위해 유튜브 ‘영국남자’가 BBQ에 제안해 성사됐다. 유튜브 영국남자 화면 캡처

“제가 죽으면 천국 대신에 이 치킨이 만들어진 곳으로 보내주세요. 그게 어디든지.” “좋은 형용사 다 붙어도 되는 맛.”

지난달 13일 오후 1시, 영국 런던의 폴햄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치킨파티’가 벌어졌다. 평소 먹는 현지업체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제네시스BBQ 셰프가 현지에서 직접 튀긴 ‘한국 치킨’이다. 눅눅한 치킨 맛에 길들여져 있던 학생들은 달달한 양념이 배어 있으면서 오랫동안 바삭함이 살아 있는 한국 치킨의 맛에 “먹어봤던 치킨 중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준비에만 6개월…메뉴 선정부터 ‘신중’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이날 이벤트는 구독자 495만 명에 달하는 유명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서 이 학교 학생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조회수 1억 건을 넘겨 다른 학생들에게도 한국 음식을 소개해주고 싶다며 BBQ에 협업을 요청한 것이다. 모든 학생이 난생처음 한국 치킨을 맛보는 모습은 1일 영국남자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공개됐고, 사흘 만에 조회수 340만 회를 넘어섰다.

영상은 단 11분짜리였지만, 준비는 무려 6개월이 더 걸렸다. 치킨을 만든 건 BBQ의 맛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 중앙연구소의 셰프 2명과 마케팅 인력 4명까지 총 6명이었다. 모두 BBQ가 운영하는 연구개발(R&D) 및 교육 프로그램 ‘치킨대학’을 수료한 전문 인력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BBQ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메뉴 선정이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영국 소비자의 성향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땅콩 알레르기에 민감한 영국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파우더와 반죽에 땅콩이 들어가는 BBQ의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는 과감히 뺐고, 해외 BBQ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허니갈릭스’와 ‘극한왕갈비’를 골랐다. 기획부터 조리까지 참여한 BBQ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은 치킨을 먹을 때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에 익숙해 양념에 버무린 한국 치킨을 새로운 맛으로 받아들인다”며 “또 양념인데도 바삭하고 튀김 안은 육즙이 갇혀 촉촉한 식감을 신기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치킨 300kg은 현지 업체를 수소문해 할랄(무슬림에게 허용된 제품) 인증을 받은 닭으로 구매했다. 해당 학교에 다양한 인종이 있어 모든 학생이 종교적 문제없이 치킨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올리브오일, 소스, 파우더, 마리네이션 양념, 조리 도구 등 300kg에 달하는 30여 가지 부재료와 기물을 챙겼다. 비행기로 이를 옮기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하나라도 재료를 잃어버리면 다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장소를 옮길 때마다 수량 체크에 엄청 신경을 썼다.


영국 현지에서도 1주일 준비…어떻게 만들었나 보니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의 학 고등학교를 찾은 유튜브 ‘영국남자’ 운영자 조쉬가 학생들에게 한국치킨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영국남자 화면 캡처

현지에 도착했다고 바로 치킨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치킨의 맛을 내기 위해 닭에 염지를 하고 1, 2일 숙성을 해야 했다. 이어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핏물을 빼고 마리네이드하는 데도 이틀이 걸렸고, 300kg에 달하는 닭의 내장과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뜻밖의 변수도 생겼다. 애초 현지에서 치킨을 조리할 주방을 섭외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화력이 약해 한국 치킨 맛을 끌어내기 어렵게 된 것이다. BBQ 관계자는 “특정 온도가 맞아야 육즙이 고기 안에 확 갇히면서 바삭한 맛이 살아나는데 평소 쓰던 전문 설비가 아니라 화력이 약했다”며 “더 센 화력의 화구가 있는 다른 주방을 찾는 데도 하루가 걸렸다”고 전했다. 당일 점심 학생들에게 한국 치킨을 만들어주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린 셈이다.

이렇게 만든 치킨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이날 1인당 1박스씩, 총 300여 박스의 치킨을 준비한 셰프들은 앉은 자리에서 치킨을 다 먹은 학생들을 위해 현장에서 추가로 50박스를 더 조리했다. BBQ 관계자는 “우리는 간단하게 시켜 먹는 치킨을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느냐’고 신기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아시아와 북미를 넘어 이제 영국 등 다른 나라까지 한국 치킨을 많이 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BBQ는 현재 57개국에 500여 개 매장을 운영 또는 개점 준비 중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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