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취재파일] 식용유 값 오를까 안 오를까?..팜유 ‘3쿠션’의 비밀

프라이팬에서 지글거리는 계란 프라이는 특유의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보는 이들의 입맛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식용유인데, 기름이 적으면 프라이팬에 눌러붙기 십상이라 하다 보면 넉넉히 기름을 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이 식용유도 북한에서는 설탕 등과 함께 사치품에 가까운 먹을거리로 꼽힙니다.

북한처럼 사치품까지 가지야 않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데 필수 재료의 하나인 이 식용유 값이 또 한 번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콩을 포함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던 터라 식용유 사용이 많은 자영업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히는 주범은 곡물이 아니라 기름야자 열매에서 나오는 팜유입니다.

 

가정용으로는 잘 안 쓰인다는데…

 

팜유는 기름야자 열매에서 나오는 식용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이나 과자처럼 기름에 튀기는 제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며 가정이나 식당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데는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카놀라유나 올리브유, 포도씨유 같은 식용유가 고가에 속하며 그 다음이 콩에서 추출하는 식용유, 그리고 그 아래가 팜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팜유는 콩에서 추출하는 식용유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저가 상품에 속해 가정이나 식당에서 요리할 때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팜유 소비가 3번째로 많은 유럽연합 EU에서는 팜유를 식품이 아닌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팜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돌연 수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식용유 값이 오르자 너도 나도 수출에 나서면서 인도네시아 국내에 공급할 식용유 물량이 부족해져 수급이 불안이 발생한 겁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내수 시장에 식용유가 저렴한 가격에 충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는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장 영향을 받게 된 건 팜유 사용이 많은 라면과 제과 업계입니다. 특히 라면은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이 주력인데 대부분 팜유를 사용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밀과 팜유 가격 급등 여파로 라면 가격이 인상된 바 있습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 세계 팜유 가격이 급등할 것이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돌고 돌아 가정용 식용유 가격까지 ‘들썩’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가 집이나 식당에서 주로 쓰는 식용유는 이번 사태와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팜유 수입 1, 2위국은 각각 인도와 중국입니다. 둘 다 인구 대국이죠. 압도적 수출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 결국 이들 국가의 식용유 수요가 팜유 다음 등급인 콩 기름으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콩 기름을 직접 수입하거나 아니면 콩을 수입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우리 식용유 값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CJ제일제당과 해표에서 콩 기름을 직접 추출합니다. 석유도 원유는 수입하지만 휘발유나 경유는 우리가 정제해 사용하는 것처럼 콩 기름도 식용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콩을 수입해 거기서 직접 추출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처럼 국제 식용유 시장에 변동성이 심할 때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콩에서 기름 짜는 게 뭐가 대수냐 하겠지만 콩 기름은 참기름처럼 그냥 눌러 짜는 게 아니라 용매제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분리해야 합니다. 그냥 짜도 나오기에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경제성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결국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는 라면 및 제과 산업 뿐 아니라 우리가 가정이나 식당에서 주로 쓰는 식용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한동안 휘발유와 경유 같은 기름값 급등이 이슈였는데 이제는 먹는 기름값까지 함께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내 월급, 내 매출 빼고는 다 오른다는 게 또 한 번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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