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자뉴스 뒤풀이] 애플은 성장주가 아니라고?..ROE 뜯어보기

최근 기사를 쓰다 흥미로운 의견을 접했습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어 펀드에 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타파르 CIO는 성장주를 수익성과 재투자 기회를 모두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중략) 애플은 막대한 자사주 매입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고 장래 수익성 있는 성장의 원천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타파르 CIO는 특정 종목에 대한 언급은 펀드 투자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매수·매도 추천으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2022년 3월 7일 기사)]

비나이 타파르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그는 ‘AB 미국 그로스 펀드’의 피투자펀드인 ‘AB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를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성장주(growth stock) 투자를 하는 펀드 포트폴리오에 애플이 없어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은 종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기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 추가로 더 자세히 묻진 않았지만, ‘투자뉴스 뒤풀이’를 통해 충분히 흥미롭게 다룰 의견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메리츠증권의 이진우 연구원께서 리포트 ‘결국 어떤 주식과 국가를 고를 것인가?'(2022년 3월 29일)를 통해 애플의 성장성에 대해 자세히 다뤄주셨네요, 참고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성장성’ 그리고 그 성장성을 대변하는 지표로 ‘ROE’가 널리 쓰입니다.

ROE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입니다. 내 돈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알려주는 것이니 ROE가 높을 수록 수익성이 좋고 ROE가 꾸준히 높아진다면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애플의 ROE를 볼까요? 30~40%대를 유지하던 ROE가 2019년 들어 50%를 넘더니 2020년 이후엔 100%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미국 기술주들이 모여있는 나스닥 전체 ROE가 20%가 채 안되는 걸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수준이고, 그 증가세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그럼 타파르 CIO의 말은 틀린 것일까요? 타파르 CIO는 분명한 단서를 달았죠. ‘막대한 자사주 매입 효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 이제 ROE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자사주 매입이 어떻게 ROE를 높이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ROE는 순이익률, 총자산회전율, 레버리지로 세분화 됩니다.

순이익률이야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니 당연히 높으면 좋습니다. 똑같이 1만원을 벌어도 옆집 가게는 1000원을 남기는데 나는 2000원 남기면 내가 더 가게 운영을 잘하는 것입니다. 가끔 유달리 효율성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내건 기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순이익률이 경쟁사보다 좋지 않은 경우일 수 있습니다. 총자산회전율이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해 매출을 올리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좋은 회사라면 총자산회전율이 1보다 큽니다. 애플 역시 그렇습니다.

문제는 레버리지입니다. 부채가 늘어도 ROE가 증가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독자분께서 사업을 하나 새로 하는데 내 돈 1억원에 추가로 1억원이 필요합니다. 성공 확률은 99.99%라고 자신하고 1년 안에 10억원을 벌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돈 1억원을 투자로 조달해 자본(equity)을 늘리시겠습니까, 은행 대출을 받아 부채(liability)를 늘리겠습니까?

당연히 대출을 받는 게 낫습니다. 대출을 받으면 내가 5억원을 벌든 10억원을 벌든 정해진 이자만큼만 주면 됩니다. 하지만 자본으로 투자를 받으면 지분율만큼 떼어줘야 합니다. 되는 사업에 숟가락 주인이 많아서 좋을 건 없죠. (유상증자가 일반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간혹 ‘무차입경영’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회사가 있는데, ‘빚’에 대한 절대적 반감 때문일 순 있지만 현명한 경영판단은 아닙니다.)

종합하자면 ROE가 높다는 것은 수익성이 좋거나(순이익률↑), 자산을 잘 활용하는 것(총자산회전율↑)은 물론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기업’이란 의미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출을 받으면 이자 부담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자부담이 레버리지 효과보다 ROE에 미치는 영향은 크진 않습니다. 이자도 못 낼 사업을 할 기업은 없잖아요. 시중 이자보다도 못 버는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도태됐겠죠. (ROE를 5개로 추가 세분화하면 이자부담과 레버리지 효과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여기서 굳이 그렇게까지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레버리지 효과가 어느 정도여야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아직 계량적으로 ‘딱 이정도’라고 정해진 적정 수준은 없습니다.

▶순이익률이나 총자산회전율이 그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데 비해 레버리지는 단기적으로 기업 경영진의 선택에 따라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단기에 부채가 확 늘어나면 ROE가 증가하지만 순이익률이나 총자산회전율 증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ROE는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어느 기업의 ROE가 급증했다면 그 이유를 잘 살펴야 합니다.

또 부채가 자산의 대부분인 금융업종은 ROE가 높습니다. 지난번 PER을 설명드리면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비율(ratio)을 보실 땐 적절한 상대를 찾고 과거 추세도 살펴야 합니다. 은행주 ROE가 자동차 기업 ROE보다 높다고 ‘은행이 더 좋다’라고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부채를 늘려 레버리지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주주환원입니다. 애플의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분자인 부채를 늘리는 게 아니라 분모인 자본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진우 연구원의 설명을 보죠.

“2012년 이후 애플의 유동주식수 감소는 37.5%에 달하고, 그 결과 재무레버리지는 2012년 1.5배에서 2021년 5.26배로 급등했다. 마진율과 총자산회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2012년 애플 ROE의 대부분은 주주환원으로 설명된다. 애플은 2012년 이후에도 여전히 20%대의 높은 순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괄목할 만하지만, 주주환원을 통한 ROE유지 및 개선은 미국기업 특유의 강점이라 불릴만하다”

애플의 유동주식수가 2012년 이후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펼쳤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가 2012년 이후 급격히 올라갑니다. 애플의 ROE가 개선되는데 레버리지 상승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재무학에서 기업 주식 상장의 의미 혹은 목적은 ‘자본조달’이다. 이후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라서면(산업 성숙기) 주주환원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주자본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이러한 문화가 잘 자리잡은 시장이다. 미국 시장을 선호, 신뢰하는 이유인 듯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기업이익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주가 상승 시 ‘주식 공급 급증’ 패턴은 투자자에게는 직접적인 고충이다. 미국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주주환원으로 분모인 자본을 줄여 ROE를 높이는 방법은 분자인 부채를 늘리는 것보다 지속성이 높습니다. 또 기업의 성과를 주주들과 나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진우 연구원의 의견은 주주환원에 인색한 우리나라 상장사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보면 주주환원을 통한 ROE 개선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더군다나 총자산회전율은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습니다. 타파르 CIO가 애플의 성장성 둔화와 성장의 원천을 의심한 이유가 아닐가 추측해 봅니다.

▶지금까지 애플을 통해 ROE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해석되는지 설명드렸습니다. 애플의 사례는 어디까지나 ROE를 설명드리기 위한 예시일뿐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모쪼록 중요한 투자지표인 ROE를 이해하고 투자결정을 내리는데 제 설명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에서 증권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2020년엔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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