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고비 넘겼지만, 하반기 ‘경기’ 또 고비

지금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시간일까, 아니면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가고 있는 시간일까.

2009년 자본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있다면 증권사 직급 체계상 지금은 아마 차장 정도가 됐을 것이다. 그 사람은 입사 이래 얼마 전까지 항상 0~1%대 금리만 경험했다. 시장에 넘치도록 많은 돈이 있었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해 이를 해결했다. 이들에게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시간일 가능성이 높다. 국채 금리가 3%를 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지 싶다. 지금은 높은 물가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러지만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나면 조만간 금리를 다시 내리는 등 부양책을 쏟아내 주가가 정상이 될 거라고.

이번에는 2000년 즈음에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에게 지난 10여년은 너무나 비정상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고 유동성이 너무 많이 공급됐으며,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경제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지금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물가가 안정돼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인하하거나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때다. 그래서 연말에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지더라도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다시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보다 금리가 한 단계 높아진 지금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물가 상승으로 중앙은행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앞으로 금리 인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연준은 이번에 낮은 금리가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실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물가에 대한 두려움보다 크거나, 큰 폭의 경기 둔화가 기정 사실이 돼 중앙은행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뭐라도 해보라는 시장의 요구가 커지는 것이다.

시장이 한고비를 넘겼다. 주가는 물론 금리, 환율까지 각종 가격 변수가 안정을 찾았다. 상황이 유동적일 때 주가가 가장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최근 가격 변수의 안정은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당분간 시장은 중앙은행의 정책과 무관하게 움직일 것이다. 코스피가 온갖 악재를 이겨낸 만큼 6월에 비교적 큰 폭의 반등이 있을 수도 있다. 기대는 거기까지다.

하반기에 시장은 또 다른 요인과 싸워야 한다. 이번에는 경기다. 연준은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40년간 연착륙은 한 번밖에 사례가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하반기에 예상보다 경기가 나빠질 경우 세 번째 주가 하락이 시작될 것이다. 반대로 경기 둔화가 크지 않다면 5월로 주가 하락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락이 마무리돼도 즉각적인 상승 대신 지루한 박스권을 거쳐야 하겠지만.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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