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과 휴지 바꾸실 분? 분유 있어요"…中상하이는 물물교환 중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3주째 도시 봉쇄로 생필품 부족한 주민들,
궁여지책으로 SNS 통해 물품 맞교환…
계란·콜라·분유·휴지 등 인기, 내놓는 즉시 거래]

본문이미지
중국 상하이 전역이 3주째 봉쇄되면서 물품 부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시 방역요원들이 각 가정에 배급할 식료품을 나르는 모습. /로이터=뉴스1

# “제가 가지고 있는 휴지 몇 개를 음식이나 라면과 바꾸고 싶어요.” 중국 상하이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케빈 린이 아파트 단지 주민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리자 5분도 안 돼 3명이 응답했다. 그들은 린으로부터 휴지를 받는 대신 각각 소고기 조림, 쓰촨 음식, 국수 등을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3주 가까이 봉쇄된 중국 상하이 곳곳에서 물물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식료품·생필품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자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필요한 물건을 맞교환하는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주민들의 물물교환은 웨이보·위챗 등 주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뤄진다. 아파트 주민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 자신이 내놓을 물품과 교환 희망 물품을 올리고 합의가 이뤄지면 거래하는 방식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집 앞 문 밖에 물품을 내놓으면 다른 사람이 찾아가 그 물품을 수거하고 교환하기로 합의한 물품을 문 앞에 남겨 놓는 것이다.

‘콜라 1병=담배 5개피, 간장 1병=계란 6개’ 물물교환 시세판도


본문이미지
중국 상하이의 한 슈퍼마켓. 식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AFP=뉴스1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물물교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계란, 콜라, 밀가루, 휴지, 담배, 술 등이다. 기저귀와 분유도 찾는 수요가 많다. 12개월 된 자녀를 둔 펀드매니저 아만다 우는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분유와 채소, 식용유, 쌀, 돼지고기 등을 교환했다. 우는 “격리 직전에 분유를 대량 구매해 뒀는데 마침 분유가 떨어져 난감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 물품을 바꿨다”고 말했다.

중국 SNS에도 물물교환 관련 게시물이 많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계란과 콜라를 가진 주민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며 “담배나 술처럼 오랜 기간 비축할 수 있는 물품도 판매가 이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민 500여명이 대화를 나누는 한 아파트 그룹 채팅방에서는 간장 1병을 주면 계란 6개를 받는 물물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코카콜라 1병은 담배 5개피와 같은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이 채팅방에선 매일 오전 주민들이 임의적으로 책정한 물물교환 가격이 공개되는데 계란과 코카콜라의 인기가 매우 높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식빵, 만두 등을 구할 수 없어서 집에서 직접 빵을 굽는 사람들도 많다”며 “격리 초기엔 주목받지 못했던 밀가루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문이미지
중국 상하이에서 집에 갇힌 사람들이 부족한 물건을 물물교환을 통해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웨이보·위챗 등 중국 SNS 갈무리

도시 봉쇄 장기화에 아우성…”현금사절, 물품환영”


본문이미지
코로나19 확산으로 3주째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상하이/사진=로이터

중국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에서 때 아닌 물물교환이 성행하는 것은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상하이 방역 당국이 각 가정에 식재료 등을 무상 배급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갇힌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과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주민은 “생존을 위해 지난 일주일간 먹는 양을 엄격하게 통제했다”며 “보통 아침 식사는 거르고 낮 12시 이후 첫 끼니를 챙긴 뒤 밤에는 억지로 잠을 청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 비타민 섭취가 부족해 입안이 온통 헐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아이를 키우는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기저귀 부족으로 난처해 하고 있다”며 “생수는 이미 오래 전 바닥나 지금은 수돗물을 끓여 마시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상하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것은 현금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물품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어서 “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보다 “다른 물품을 들고 나오겠다”는 사람이 물물교환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의 한 콘텐츠 제작사 운영자는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돈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떨어졌다”며 “지금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문이미지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이웃 주민들끼리 물품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SNS 캡처

송지유 기자 clio@mt.co.kr

<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답글 남기기